[대한민국-벨기에] 이근호-김신욱, 아프지만 희망찼던 첫 월드컵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06.27 06: 52

'단짝' 이근호(29, 상주 상무)와 김신욱(26, 울산 현대)의 첫 월드컵은 아픔으로 남았지만 동시에 희망을 내비쳤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7일 오전 5시(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데 상파울루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서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벨기에에 0-1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1무 2패, 승점 1점에 그치며 최하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근호에게 4년 전 남아공 월드컵은 치유할 수 없는 아픔으로 기억된다. 26인 예비 명단에 포함됐지만 끝내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짐을 싸야 했다.

절치부심했다. 4년을 기다렸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최전방엔 수장의 절대적 신임을 얻고 있는 박주영이, 공격형 미드필더엔 '주장' 구자철이, 좌우 측면엔 손흥민과 이청용이 주전으로 활약했다.
이근호는 후반 조커로 꿈의 무대를 노크했다. 기적을 일궜다. 러시아전서 후반 11분 교체 출격한 이근호는 투입 12분 만에 선제골을 작렬했다. 중앙선 부근에서 공을 몰고 들어가 지체없이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행운의 여신도 그를 도왔을까.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린 공은 러시아의 수문장 이고르 아킨페예프의 손에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1-1로 비기긴 했지만 이근호가 준 감동의 여운은 진했다.
이근호의 존재감은 알제리와 2차전까지 이어졌다. 이날도 역시 후반 특급 조커의 임무를 수행했다. 1-4로 크게 뒤지고 있던 후반 19분 그라운드를 밟았다. 8분 만에 또 다시 일을 냈다. 박스 왼쪽에서 날 선 크로스를 배달하며 구자철의 만회골을 도왔다. 한국은 기세를 이어가며 종료 직전까지 파상 공세를 벌였다. 중심은 역시 이근호였다. 2-4로 패하긴 했지만 이근호의 종횡무진 활약은 뇌리에 남기에 충분했다.
벨기에와 3차전서도 여전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출격한 이근호는 물 만난 고기마냥 그라운드를 누볐다. 한국의 공격도 전반에 비해 더욱 활기를 띠며 벨기에를 몰아붙였다. 이근호는 수 차례 슈팅을 날리며 골문을 위협했다. 이근호는 그렇게 아쉬움 속에 자신의 첫 월드컵을 마감했다. 성적표는 1골 1도움이었다.
196cm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의 활약도 고무적이었다. 러시아전서 벤치를 지킨 김신욱은 차분히 때를 기다렸다. 알제리전은 그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 경기였다. 1-3으로 지고 있던 후반 12분 생애 첫 꿈의 무대를 밟은 그는 마치 K리그에서 뛰듯 편안하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알제리 수비수들은 가공할만한 김신욱의 제공권을 당해내지 못했다. 김신욱은 집중 견제 속에도 연신 날 선 헤딩 패스를 제공했다. 수비수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린 덕분에 동료들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이러한 효과를 반영이라도 하듯 홍명보 감독은 벨기에전서 그간 중용했던 박주영 대신 김신욱을 선발 출격시켰다. 기대에 보답했다. 김신욱은 벨기에의 장신숲을 상대로도 수 차례 헤딩볼을 따내며 위력을 발휘했다. 비단 공격 뿐만이 아니었다. 수비에도 적극 가담했다. 결국 이것이 한국에 호재가 됐다. 전반 44분 김신욱의 발을 밟은 스테번 드푸르가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덕분에 수적 우세를 점한 한국은 벨기에의 골문을 적극적으로 노릴 수 있었다.
기적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근호와 김신욱의 첫 월드컵은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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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위)-김신욱 / 상파울루(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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