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케미스트리'(화학반응)는 끝까지 빛났다. 한 수를 더 생각하는 냉철한 지성들의 대결은 극 중 등장한 러브라인보다 빛이 날 수밖에 없었다. 한 때 상사와 아끼는 부하 직원이었던 두 사람은 등을 돌린 후부터 서로의 존재로 인해 더욱 빛이 날 수밖에 없는 관계가 됐다.
지난 26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극본 최희라 연출 박재범 오현종) 마지막 회에서는 각각 백두그룹과 골드리치 은행의 편에 서서 두 번째 대결을 벌이는 김석주(김명민 분)과 차영우(김상중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차영우 로펌의 에이스였던 김석주는 기억을 잃은 후 그곳에서의 일에 회의를 느끼고 독립해 자신의 로펌을 차렸다. 그리고 독립한 김석주의 첫 수임사건이었던 중소기업 환율 사건에서는 대법관들에게 로비를 벌이며 그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드린 차영우가 승리를 거뒀다.
김석주는 백두그룹의 경영권을 빼앗은 뒤 회사를 팔아 큰 이익을 보여 하는 골드리치와 그런 골드리치에게 정보를 주고 있는 차영우펌의 유착관계를 파악하고 백두그룹 진진호(이병준 분)의 경영권을 찾아주기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누구보다 과거의 김석주와 현재의 김석주를 잘 파악하고 있는 차영우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김석주가 하려는 시도들에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 두고 있었고 김석주가 진진호와 같은 인간상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본능을 거스르지 못할 것이다"라며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거대 은행을 등에 업은 차영우의 공격에도 김석주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기억을 잃기 전 그는 골드리치의 일에 깊게 개입돼 있던 상태였고, 자신이 그러했다는 것을 알고 난 뒤 끝내 유리한 정보를 찾아냈다. 차영우와 골드리치 사이의 관계가 담긴 녹음 내용을 찾아낸 것. 그는 이를 가지고 차영우를 압박했고, 옛 상사로부터 협상 제안을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김석주의 과거는 차영우의 입을 통해서 전달됐다. 그는 김석주가 어린 시절 어머니 죽음과 관련한 트라우마로 인해 아버지의 관계가 소원한 것, 기업들이 노조를 합법적으로 탄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것 등 김석주의 과거를 드러내며 약자들의 편에 선 현재의 아이러니한 행보를 부각시켰다.
드라마 방송 초반 차영우는 김석주에게 마치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그는 자신의 회사 에이스인 김석주를 아꼈고, 기억을 잃은 그를 돕기 위해 이지윤(박민영 분)에게 집을 얻어주고 그를 고용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김석주가 자신의 뜻과 다르게 변화하자 그는 냉정하게 관심을 거두고 새로운 에이스 전지원(진이한 분)을 찾았다.
어떻게 보면 차영우와 김석주는 서로 닮은꼴이다. 극도로 냉정한 성격이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뛰어난 두뇌를 사용하는 점이 그렇다. 과거의 김석주는 차영우가 키워낸 괴물이었다. 그리고 그 괴물은 기억을 잃은 후 주인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극 중 어떤 관계의 발전보다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방송은 아버지와의 관계를 풀고 행복해하는 김석주의 모습과 그런 그의 현재를 "아이러니하다"고 평가하는 차영우의 뒷모습으로 끝이 났다. 과연 김석주는 끝까지 행복할 수 있을까. 닮은꼴인 두 사람의 마지막은 어떻게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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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방송화면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