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벨기에] '꾸역꾸역' 벨기에, 교체 카드로 또 이겼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6.27 06: 52

아무리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지었다고 하지만 너무 여유를 부렸던 것일까. 벨기에가 한국의 거센 공세에 고전했다. 하지만 교체카드가 또 벨기에를 구했다. 마크 빌모츠 감독은 선수 기용은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H조에서 객관적 전력 1위로 평가받았던 벨기에는 이번 조별리그에서 2연승을 달렸다. 알제리를 2-1로, 러시아를 1-0으로 잡았다. 경기력이 기대했던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자랑하는 이른바 ‘맨파워’로 승점 6점을 내리 따냈다. 한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그들의 신경은 한국보다 16강으로 향해 있었다.
선발 라인업에는 여유가 넘쳤다. 조별리그에서 경고 두 장이 있었던 비첼과 알더베이럴트는 일찌감치 결장이 예고됐다. 여기에 가벼운 부상을 당한 주장 콤파니, 에이스 아자르, 최전방 공격수 루카쿠를 모두 뺐다.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지은 팀들이 주전 몇몇을 빼는 경우는 있었지만 폭이 컸다. 외신들도 의아해했다. 독일의 는 실시간 문자중계에서 “벨기에의 선발 라인업을 보면 한국에 대한 큰 존중심은 없는 것 같다”라고 일갈했다.

하지만 어쩌면 한국으로서는 기회였다. 아무리 후보 선수들의 기량도 뛰어난 벨기에라고 하지만 주전 선수들보다는 못했다. 여기에 이 11명으로 호흡을 맞춰본 경험은 적어 조직력에는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국은 그 허점을 파고들었다. 특히 허리와 수비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벨기에의 진땀을 유도했다.
전반 초반부터 맹렬하게 돌진한 한국은 벨기에의 2선과 3선 사이를 효과적으로 끊어놓으며 공격 전개를 어렵게 했다. 벨기에의 공격 루트는 사실상 측면으로 한정됐다. 반면 한국은 중앙에서의 빠른 역습, 그리고 측면을 오고가며 벨기에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여기에 벨기에는 전반 44분 데푸르가 퇴장을 당하며 더 수세에 몰렸다.
펠라이니를 허리로 내리며 굳히기 작전에 들어갔지만 월드컵 레벨에서 한 명이 빠지고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팀은 없었다. 간헐적인 역습에 나가서기는 했지만 위력이 떨어졌다. 그러나 벨기에는 저력이 있었다. 알제리와 러시아전에서 모두 교체 카드들이 골을 넣으며 제 역할을 한 벨기에는 이날도 그런 패턴을 이어갔다.
벨기에는 후반 13분 오리지와 샤들리를 동시에 투입하며 전술 변화 및 체력 안배를 꾀했다. 상황이 급한 한국의 허점을 노리겠다는 계산이었다. 이는 잘 먹히지 않았으나 결국 후반 33분 오리지가 골을 만들었다. 허리에서 끊어낸 공을 과감하게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김승규가 잘 막아냈으나 쇄도하던 베르통언을 막을 수비수가 없었다. 베르통언은 유유히 골을 넣고 환호했다. 벨기에가 한숨을 돌렸고 이후 경기 운영은 좀 더 여유가 생겼다. 결국 벨기에는 조별리그를 전승으로 장식하며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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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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