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벨기에] ‘한 시즌 71분’ 박주영, 월드컵서도 침묵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6.27 06: 52

아무리 좋은 소속팀에서 뛰고 있어도 뛰지 못한다면 쓸모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월드컵이었다. 박주영(29, 아스날)은 상징적이었다. 선수 선발, 그리고 기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주영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23명의 선수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스타였다. 최전방 공격수로 득점을 책임져야 하는 중책은 물론 ‘의리 차출’ 논란의 핵심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부임 당시까지만 해도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을 뽑겠다”라고 공언했으나 월드컵이 다가오자 슬그머니 자신의 소신을 꺾었다.
박주영이 대표적이다. 박주영은 아스날로 이적한 뒤 자리를 잡지 못했다. 최근 두 시즌 동안 벤치에 앉아 있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지난 시즌은 절정이었다. 아스날에서는 딱 한 경기에 뛰었다. 리그컵 첼시와의 경기에서 후반 교체로 들어가 9분을 소화했다. 전반기 내내 그라운드에 모습을 비친 것이 9분이었다는 이야기다.

월드컵을 앞두고 희망을 살리기 위해 왓포드 임대를 선택했지만 왓포드에도 자리는 마땅치 않았다. 볼턴전과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 61분을 뛴 것이 최다였다. 브라이튼전에서는 경기 종료 직전 투입돼 1분 남짓을 소화했다. 그 후 출전 기록은 없었다. 자리도 없었고 부상도 겹쳤다. 결과적으로 박주영의 플레잉타임은 한 시즌을 통틀어 ‘71분’에 불과했다. 누구는 한 경기에 소화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컨디션 저하, 실전 감각 저하는 당연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을 믿었다. 월드컵 출전 기록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러시아와 알제리전에 선발로 나섰다. 러시아전에서는 56분을, 알제리전에서는 57분을 뛰었다. 2경기에서 113분을 뛰었다. 한 시즌 내내 뛴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월드컵 2경기 동안 다 뛰었다.
하지만 성과도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러시아전, 알제리전에서 박주영의 제대로 된 슈팅은 ‘0’이었다. 당연히 득점은 없었고 도움도 없었다. 결국 벨기에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고 이근호 김보경 지동원이 차례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결국 절대 믿음을 주던 홍명보 감독조차도 박주영이 나설 만한 경기력이 아니라고 판단한 꼴이 됐다.
박주영 뿐만이 아니었다. 윤석영 기성용 구자철 이청용 등 해외파들의 활약도 그렇게 좋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네 선수는 공히 소속팀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거나 부상의 이유로 한 시즌을 멀쩡히 뛰지 못한 선수들이었다. 경기력이 한참 좋을 때보다는 떨어져 있었다. 반대로 한 시즌을 꾸준히 뛴 손흥민은 몸놀림이 가벼웠다. 한창 리그를 치르다 월드컵에 온 국내파 선수들의 감각도 살아 있었다. 해외파가 ‘양날의 검’이라는 것을 실감한 월드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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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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