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벨기에] 홍명보-박주영, 축구 인생 최대 위기 봉착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6.27 06: 52

영웅이 추락하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물론 가혹할 만한 처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성난 여론을 달래기는 힘들어 보인다. 홍명보(45) 축구 대표팀 감독과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29)이 위기에 몰렸다.
한국은 27일(이하 한국시간) 상파울루의 아레나 코린티아스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H조 마지막 경기에서 졌다. 이로써 1무2패를 기록한 한국은 2회 연속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당초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짐을 싸게 됐다.
대회를 앞둔 전망은 나쁘지 않았다.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와 H조에 편성됐다. C조와 더불어 월드컵 우승 경력 국가가 없는 유이한 조였다. 조 추첨이 잘 됐다는, 해볼 만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정작 불씨는 우리 안에 있었다. 이른바 홍명보 감독의 ‘의리 선발’이 발단이 됐다. 여론이 들끓었고 불씨는 화재로 번졌다.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 부임 당시 ‘소속팀에서의 활약상’을 월드컵 엔트리 선발 기준으로 손꼽았다. 철저히 실력과 성과 위주로 선수들을 선발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혔다. 그러나 이런 다짐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결국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선수들을 위주로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했다. 그렇게 ‘의리’라는 단어가 2014년 한국 축구계를 휩쓸었다.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던 박주영을 선발한 것은 상징적이었다. 박주영은 올 시즌 원 소속팀 아스날에서 리그컵 1경기에 나섰다. 왓포드 임대를 선택했으나 역시 출전은 2경기에 그쳤다. 한 시즌 내내 71분 출전에 그쳤다. 시즌 막판에는 부상까지 겹쳤다.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다. 하지만 홍 감독의 믿음은 굳건했고 본선에서도 두 경기 연속 선발 출전시켰다. 윤석영 정성룡 등 경기력이 비판의 대상에 오른 선수들도 주전 자리를 지켰다.
잘 됐다면 홍 감독의 선택은 빛을 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 그렇지 못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홍 감독의 신임을 받으며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대체자’들을 생각하게 했다. 박주영은 결국 벨기에전에서는 벤치를 지켰다. 홍 감독조차 다른 선수들이 경기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을 고친 것이다. 어느 쪽이든 논란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홍 감독은 ‘영원한 리베로’로 불리는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수비수였다. 박주영은 몇몇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순간 진가를 발휘하며 역사상 최고의 재능을 가진 공격수로 불렸다. 이들은 한국 축구에 공헌한 바가 적지 않은 영웅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탈락의 비난을 한몸에 받아야 할 처지로 전락했다. 당장 홍 감독은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박주영은 새 소속팀부터 찾아야 한다. 두 영웅이 축구 인생 최대의 고비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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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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