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WC결산] 박주영 무한 신뢰, 결국 '양날의 검' 비난 중심에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4.06.27 16: 30

박주영(29, 아스날)은 '양날의 검'이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상대를 베기 위해 박주영을 품었다. 그러나 박주영이라는 '양날의 검'은 상대가 아닌 자신을 베는 검이 되고 말았다.
5월 초. 2014 브라질 월드컵을 향한 본격적인 첫 걸음을 내딛기도 전부터 한국 축구대표팀은 잡음에 휘말렸다.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기도 전에 박주영의 발탁이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물론 박주영의 경기력이 매우 좋았다면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하지만 박주영은 최근 몇 년 동안 소속팀에서 제대로 뛴 적이 없어 경기력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박주영은 봉와직염 부상을 당해 조기 귀국을 했고, 이후 대표팀 코칭 스태프와 치료 및 재활을 해 '황제 훈련'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당초 홍명보 감독은 1년여 전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선수 선발에 대한 원칙을 스스로 세웠다. 경기력이라는 간단한 원칙이었다. 소속팀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선수를 선발하겠다는 것으로, 누구나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선발 원칙이었다. 하지만 지난 3월 그리스전을 앞두고 그 원칙은 깨졌다.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을 시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거론하며, 박주영을 대표팀으로 불러 들였다.

박주영은 오랜만에 대표팀에 소집됐지만 그리스를 상대로 결승골을 터트리며 비난 여론을 잠재우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잠시였다. 박주영은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또 다시 소속팀에서 출전할 기회를 잃었고, 그대로 시즌은 마감돼 박주영이 경기력을 끌어 올릴 기회는 사라지게 됐다. 그럼에도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에 대한 믿음을 보였고 월드컵 최종 명단에 포함시켰다. 더 이상 경기력이라는 원칙은 사라지게 됐다.
이 때문에 '의리 논란'이 일게 됐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맺어진 홍명보 감독과 박주영의 인연이 홍명보 감독이 스스로 세운 원칙을 깨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런던 올림픽 당시 병역 문제로 인해 박주영에게 비난 여론이 빗발칠 당시 "주영이가 군대에 안 가면 내가 대신 간다"면서까지 감싸 안았던 사실이 '의리 논란'을 증폭시켰다.
물론 당시에는 박주영이 홍명보 감독의 기대에 보답하는 활약을 펼쳐 사상 첫 남자 축구 동메달이라는 업적을 달성해 비난 여론을 잠재웠다. 그러나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달랐다. 박주영은 홍명보 감독이 무리를 하면서까지 브라질에 데려왔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이 수비적인 임무에서는 좋았다고 평가를 내렸지만, '공격수' 박주영의 기록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결국 홍명보 감독은 벨기에와 3차전에 박주영을 기용할 수 없었다.
박주영은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구성의 원칙을 깨면서 데려온 선수다. 모두가 합리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결국 박주영의 발탁과 실망스러운 성적표에 대한 책임은 홍명보 감독에게 향하게 됐다. 2년 전 올림픽에서는 상대를 베는데 유용하게 쓰인 '양날의 검'이 이제는 홍명보 감독 본인을 향하게 된 셈이다. 또한 줄곧 성공적인 지도자 인생을 걸었던 홍명보 감독에게 박주영의 발탁은 큰 오점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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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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