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WC 결산] 16년 만의 무승, '韓 축구 위기론' 부르나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6.27 13: 05

16년 만의 월드컵 본선 무승. 한국 축구가 '위기론'을 부를 것인가.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7일 새벽 5시(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데 상파울루 경기장에서 펼쳐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H조 예선 마지막 경기 벨기에전에서 후반 33분 얀 베르통언에게 통한의 실점을 허용해 0-1로 패했다. 1무 2패의 한국은 H조 최하위에 그치며 8년 만에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2002년 이후 이어져온 한국의 월드컵 강세가 이번 대회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한국은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폴란드, 미국, 포르투갈과 D조에 속해 2승 1무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축구 4강 신화를 쓴 2002 한일월드컵 이후 한국은 본선에서 꼬박꼬박 1승을 챙겼다. 16강에 진출하지 못한 2006 독일월드컵서도 토고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두며 1승 1무 1패를 기록했고, 2010 남아공월드컵서는 그리스를 제물로 삼아 1승 1무 1패의 성적으로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했다.

그러나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1승조차 거두지 못하고 1무 2패로 무너졌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것은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처음이다. 당시 한국은 1무 2패로 조별리그서 탈락했다. 벨기에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강호가 없는 H조에 편성됐을 때만 해도 '행운의 조'라며 원정 8강까지 내다보는 '김칫국'을 마셨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16년 만의 무승으로 한국 축구는 이번 월드컵에서 '찬 물'을 뒤집어썼다. 2002년 4강 신화의 주축인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런던올림픽 동메달 세대가 1무 2패로 무너지며 안긴 충격의 여파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축구 위기론이라기에는 거창할지도 모르지만, 이번 월드컵의 실패를 인정하고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명확히 따져봐야할 필요가 있다.
물론, 패배의 책임은 홍명보 감독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월드컵에서의 성적 내기에 급급해 감독 선임과 경질, 그리고 자진 사퇴를 반복하며 안정적인 대표팀의 기반을 만들기 어렵게 만든 대한축구협회에도 책임이 있다. K리그에 대한 무관심도 한국 축구의 위기를 불러일으킨 하나의 요인이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아시아 축구가 16년 만에 무승에 그친 이유를 분석하며 빈약한 국내리그를 원인의 하나로 꼽기도 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의 실패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위기론은 언제나 또다른 기회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된다. 위기를 뒤집으면 곧 기회가 되는 법. 이번 실패를 통해, 한국 축구가 2002년부터 이어져온 단 꿈을 깨고 현실을 직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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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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