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WC결산] 안에서 새던 ‘자동문 수비’ 월드컵서도 무너졌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6.27 10: 45

결국 문제는 수비였다. 안에서 새던 바가지가 밖에서도 철철 샜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27일 새벽 5시(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데 상파울루 경기장에서 펼쳐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벨기에전에서 후반 33분 얀 베르통언에게 통한의 실점을 허용해 0-1로 패했다. 1무 2패의 한국은 H조 최하위에 그치며 8년 만에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전반 44분 김신욱에게 거친 태클을 한 스테번 드푸르는 즉각 퇴장을 명령받았다. 한국의 호재였다. 홍명보호는 후반전 내내 수적우세를 점하며 일방적으로 몰아쳤다. 하지만 후반전 교체로 들어간 얀 베르통언의 역습 한방에 그대로 수비가 뚫렸다. 줄기차게 공격을 하던 태극전사들은 순간 16강 탈락을 직감하고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알제리전은 더 처참했다. 전반전에 12분 동안 무려 세 골을 줬다. 개인기와 스피드와 무장한 알제리 선수들에게 한국수비는 우왕좌왕했다. 수비가 와르르 무너지면서 반격할 기회도 찾지 못했다. 전반전 한국은 단 하나의 슈팅도 하지 못했다. 후반전 손흥민과 구자철이 두 골을 만회했지만, 또 네 번째 실점을 했다.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홍명보호의 수비불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지난 1월 미국서 치른 평가전에서 한국은 멕시코에게 0-4로 대패를 당했다. 이용을 제외한 주축수비수들이 해외파라 참가하지 않았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김영권, 홍정호 등 해외파가 가세한 뒤에도 여전히 수비가 불안했다. 한국은 월드컵 직전에 치른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0-4로 대패를 당했다. 알제리전 참사를 예고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잇따른 부상악재도 홍명보호의 비극을 초래했다. 당초 왼쪽풀백을 책임졌던 김진수는 월드컵 직전 부상으로 낙마했다. 논란의 주인공 윤석영이 주전을 맡았지만 기대 이하였다. 수비도 못하고 공격은 더 못했다. 뒤늦게 합류한 박주호는 부상 때문에 결국 1초도 뛰지 못했다.
중앙수비는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김영권과 홍정호는 섣부른 대응으로 화를 자초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러시아전 체력이 떨어진 홍정호가 교체됐을 때 곧바로 황석호가 들어와 실점한 장면은 아쉽다. 이 실점만 없었더라도 한국의 첫 승으로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었다. 홍정호의 컨디션 관리가 아쉬운 부분.
브라질에서의 처참한 실패로 홍명보 감독은 수비의 안정없이 성적을 낼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게 됐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한국축구는 계속돼야 한다. 내년 1월 호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안컵 등 아직 굵직한 대회가 남아있다. 홍명보 감독이 가장 급하게 해야 될 일은 수비를 안정화시키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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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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