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WC 결산] 행운의 H조, 그러나 '제물'은 없었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6.27 14: 00

벨기에는 강했고, 한국의 제물은 없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7일 새벽 5시(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데 상파울루 경기장에서 펼쳐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H조 예선 마지막 경기 벨기에전에서 후반 32분 얀 베르통언에게 통한의 실점을 허용해 0-1로 패했다. 1무 2패의 한국은 H조 최하위에 그치며 8년 만에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은 한국 축구대표팀에 큰 상처로 남을 전망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상처 투성이다. 박주영의 조기 귀국과 '황제훈련' 논란, 이명주와 박주호의 최종명단 제외로 불거진 홍명보의 '의리' 논란에 본선을 앞두고 치른 두 차례 평가전의 무기력한 패배가 불러일으킨 부정적인 시선은 대표팀에 대한 믿음의 뿌리를 흔들었다. 여기에 16년 만의 월드컵 본선 무승이라는 결과까지 더해졌다.

당초 '행운의 조'로 꼽혔던 H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타격은 컸다. 첫 경기 러시아전에서 1-1 무승부를 거둘 때까지만 해도 희망은 있어보였다. "지지 않는 축구를 하겠다"던 홍 감독의 말이 실현되면서 조별리그 돌파에 대한 시나리오가 그려지는 듯 했다.
그러나 러시아전 무승부는 희망고문의 시작이었다. 한국이 첫 승 제물로 꼽았던 알제리전 대패가 이를 증명했다. H조에 제물은 없었다. 적어도 한국의 제물은 없었다. 알제리전에서 한국은 수비가 무너지면서 전반전에만 3실점을 허용했다. 손흥민과 구자철의 만회골로 최악은 면했지만, 제물로 꼽았던 상대에게 이른 시간 선제골을 내주며 무너진 홍명보호는 완패의 충격에 빠졌다.
연달아 기용한 박주영 카드가 실패로 돌아가자 홍 감독은 결국 벨기에전에 김신욱을 선발로 내세웠다. 알제리전 4실점의 후폭풍으로 골키퍼도 정성룡에서 김승규로 교체했다. 결과는 0-1 패배. 잘 싸웠지만, 패배에는 변함이 없었다. 김신욱과 김승규가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에 아쉬움만 더욱 커질 뿐이었다. 끝나버린 경기에 만약은 없는 법이지만 주어진 행운도, 카드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한국의 월드컵은 후회만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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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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