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준영은 현재 가요계서 매우 특이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인물이다. 실력파 가수를 대거 양산한 엠넷 '슈퍼스타K4'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고, 아이돌 스타 뺨치는 이슈를 몰고 다니며 예능프로그램에 안착하더니, 대중성을 생각하면 누구도 '감히' 시도하지 않았던 록 장르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왜 어려운 길을 가려 하느냐"는 질문이 이상하다는 그는 그저 하고픈 일을 하는, 제일 쉬운 길을 간다는 입장. 듣고 보니 그럴만도 하다. 그는 장르 불문하고 좋은 노래를 선보이면 언젠가 통할 거라 철썩같이 믿고 있다.
다음은 27일 KBS '뮤직뱅크' 사전녹화 직후 만난 정준영과의 일문 일답. 그는 특이한듯 하면서 지극히 정상적이었고, 정상적인 듯 하다가도 이상(?)했다.

- 첫방송은 잘 나올 것 같아요?
"구도가 생각보다 화려하게 잘 나온 것 같아요. 오늘 컨디션도 좋아요."
- 음원차트는 봤어요?
"어제 떨어진 후에는 안봤는데. (휴대폰을 보더니) 지금 30위네요.(웃음)"
- 어떡하죠.
"저희가 처음 생각했던 건 40위, 50위예요. 기대 안했어요. 기대할 것도 없었고요.(웃음) 케이윌 선배님이랑 같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 듣고?
"멍을 때렸죠.(웃음) 그래도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꾸준히 활동하면 언젠가는 잘되지 않을까요."
- 쉽지 않은 길인데요. 왜 그런 걸 택했을까요. 그냥 달달한 사랑 노래하면 바로 1위할텐데.
"택한 거 아닌데.(웃음) 안해본 거 아니에요. 전 정말 윤하와 부른 '달리 함께'가 터질 줄 알았어요.(웃음) 그런데 제가 음원 강자가 아닌 걸 알게 된 거죠. 그 노래는 녹음하고 나서 잘되겠다는 느낌까지 있었는데. 그런데 이번 앨범은 그런 느낌까진 없었어요. 그래서 기대를 안한거죠."

- 앨범에 전반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 굉장히 부각되고 있는데, 정확히 어떤 일을 하신건가요.
"작곡을 친구랑 같이 했는데, 코드는 친구가 주로 썼고요. 멜로디는 제가 주로 썼어요. 코드를 제가 쓴 것도 있고요. 가사는 직접 다 쓰진 않았지만, 전체적인 아이디어는 많이 냈죠."
- 개인적으론 '내가 나에게'란 노래가 좋던데요.
"처음엔 그게 타이틀곡이었어요. 그러다 곡이 추가되다보니 '틴에이저'가 좋을 것 같아서 바꿨죠."
- '틴에이저'는 뮤직비디오도 내 갈길 가겠다는 비장함이 보이던데요.
"그런 말 많이 들어요. 왜 편한 길로 안가요? 그런. 그런데 저는 그런 질문이 좀 이상한 게, 저는 원래 하고 있던 걸 그냥 하는 거거든요. 일부러 큰 결정을 한 게 아니라, 제가 하고 있던 편한 길이에요."
- 다른 것에는 별 관심이 없는 거죠?
"(한참 생각하더니) 저 연기는 진짜 아닌 거 같아요. 어제 tvN 'SNL코리아' 꽁트 찍었거든요. 첨엔 잘 찍어보자고 하셨는데 마지막으로 갈수록 분위기 안좋아지던데요.(웃음)"
- 예능은 잘하잖아요. 실패한 프로그램이 없는데.
"토크쇼는 잘 못하는 것 같은데요. 그냥 리얼리티 같은 건 재미있어요. 힘들지 않아요."
- 잘하니까. 다 잘되기도 했고.
"운이 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 복을 많이 받아서."
- 겸손 모드네요.(웃음)
"방금 제 손 오그라드는 거 봤어요?(웃음)"
- 그럼 없는 복은 뭘까요?
"음원복?(웃음) 그래도 제가 대충하는 게 아니니까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 알아봐주실거라 생각해요."
- 싱어송 라이터잖아요. 가장 관심있는 테마는 뭘까요.
"자유로움. '틴에이저'를 예로 들면요, 우리가 어렸을 때 상상하던 어른의 모습이 있잖아요. 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거든요. 어른이 되면 '너네 다 죽었어' 그렇게 생각했는데 또 막상 어른이 되면 또 걱정이 있잖아요. 어른이 돼서도 어리광이 있는 사람도 많고. 쉽지 않은 인생이에요. 그걸 청소년한테도 좀 말해주고 싶었고요. 어른이 되면 괜찮아지겠지, 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그런."
- 그걸 말해주고 싶었다고요?(웃음) 왜 어른이 빨리 되고 싶었어요?
"놀려고.(웃음) 청소년 때는 일정이 다 똑같잖아요. 지루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어른이 돼보니까, '이럴 수가, 그때가 편한 거였군'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니까."
- 그래서, 어른이 돼서 많이 놀았어요?
"지금이 좋긴 해요.(웃음)"
- 그럼 요즘 걱정은 뭐죠?
"저는 조리를 신는 게 좋은데, 스타일리스트가 자꾸 못신게 해요. 그래서 많이 싸워요. 그래도 제가 많이 이겨요.(웃음)"
- 그거 말고요.(웃음)
"아, 그리고 음반 작업도 계속 하고 있죠. 가을 쯤에 정규앨범 나올 거예요. 얼터너티브 록 안에서는 계속 가고 싶은데, 아직 확실하진 않아요."
- 여전히 게임도 많이 하고요?
"이번에는 월드컵을 많이 못봐서 아쉬워요. TV는 축구랑 제가 나오는 프로그램만 보거든요.(웃음) 게임은 좋아하긴 하는데 요즘 컴퓨터가 고장나서 못해요."
- 이번 앨범을 접할 사람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요?
"우리나라는 멜로디를 많이 중시하는 편이긴 한데, 사운드에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어떨까해요. 기타, 드럼 모두 죽이거든요.(웃음) 록이라는 게 멜로디, 보컬만 있는 게 아니고 여러가지 요인이 다 합쳐지는 거니까. 세부적으로 악기만 들어봐도 멋진 게 많아요."
- 록은 언제부터 좋아한 거예요? 입문이 언제예요?
"15살에 마릴린 맨슨을 보고 충격받았어요. 매력있더라고요. 저도 언젠가 되게 반항적이고 잔인한(?) 19금 노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어요. 야한 건 별론데, 난해한 건 좋아요."

- 아, 그리고 MBC '심심타파' DJ가 됐죠?
"제가 매일 밤 같은 시간에 방송국에 묶여있는 거니까(웃음) 소속사가 좋아해요. 저도 좋아요. 생활이 규칙적으로 될 거 같고. 사람들의 인생을 엿볼 수 있는 기회잖아요. 영감도 많이 받고 많이 배울 것 같아요. 장기간 한다면 좀 더 성숙해지지 않을까 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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