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윤가이의 실은 말야] 배우 김수현에 이어 전지현도 논란이 됐던 중국 생수 광고에 예정대로 출연키로 했다. 해당 광고가 동북공정 논란에 휩싸이자 계약 해지 요청을 한지 일주일 만에 당초 계약대로 출연을 지속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
전지현 측은 27일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논란을 부른 해당 광고에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광고주는 물론 광고 제작에 참여한 스태프(아티스트)에게 피해와 손실을 입힐 수 없다는 이유 등을 들며 출연 유지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모델 계약 과정에서 생수 원천지의 중국식 표기에 대한 국내 정서를 감안하지 못한 점에 대한 실수를 다시금 인정하고 모델과 광고주 측의 우호적인 관계, 나아가서는 한중 양국 간 문화 교류와 발전이 지속되기를 바란다는 심정도 덧붙였다.
김수현은 이보다 앞선 25일 계약을 해지하는 대신 모델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혀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일각에선 수십억 원대로 보도된 위약금(추정이다. 위약금의 규모는 공식 확인된 바 없다)이나 향후 중국 활동상의 장애 등을 두려워한 발 빼기가 아니냐는 비난이 잇따랐다. 그 역시 정치적 의도가 없으며 양측, 양국 간 신뢰와 협조에 대한 책임을 다한다는 입장을 내세웠지만 이미 해당 광고에 대해 동북공정 운운했던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번 사태는 성장기의 우리 한류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을 일깨웠다. 다소의 허점과 한계도 노출했다. 양측의 입장처럼 광고주나 모델로 나서는 이들이 아무리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해도 '동북공정' 논란의 빌미가 있는 사안이었다면 모두의 신중이 더 필요했다. 이번 광고 문제를 놓고 많은 네티즌은 물론 언론까지 함세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시시비비를 따지고, 그래서 동북공정이니 아니니 하는 대립을 보이기도 했을 만큼 사안은 뜨거웠다. 논란이 불거지자 즉각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가 며칠 후 출연 유지 입장을 밝힌 것이 팬들에겐 당사자들의 어떠한 실리나 이해관계를 떠나 다분히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배신감을 선사하기도 했다. '말을 바꿨다', '성숙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수현과 전지현은 일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수십억 원의 위약금이 아까워서, 중국 활동에 발목이 잡힐까봐 두려워서 스스로 이 불구덩이에 뛰어들었을까? 도리어 두 사람에게 가장 무섭고 두려운 건 국내 여론의 냉각이다. 만일 수십억 원의 위약금을 물어주고 광고를 포기하면 '나는 동북공정 논란과 관련 없는 사람입니다'라는 면죄부가 나오는가 말이다.
결과적으로 계약을 유지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후 작금의 여론은 역시나 시끄럽다. 사실 광고를 포기했든 이어갔든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점에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이미지 타격은 입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양측이 광고 출연을 유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계약 해지 건이 소송으로라도 번졌다면? 그를 위해 드는 물리적 시간과 금전적인 손실은 또 어떤가. 주구장창 논란이고 이미지 실추의 연속이다. 드라마 하나로 단숨에 중국을 뚫은 두 한류 톱스타로선 이미지상으로나 비전상으로나 크나큰 걸림돌이다.
K팝스타들이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뒤집고 나아가서는 월드 무대를 제패하기도 하는 시대다. 싸이가 '강남스타일' 말춤으로 세계를 호령한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로 인해 대한민국의 세계 속 존재감이 드러났고 굳이 국위선양이라는 거창한(?) 말로 포장하지 않아도 나라를 알리고 문화 교류를 주도하는 자랑스러운 연예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배우로서 그 선봉에 새롭게 선 이들, 바로 김수현과 전지현이다.
계약 과정에서 안타까운 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다분히 정서적인 문제다. 이들을 합당한 논리도 없이 매국노라 치부하고 동북공정의 희생양이라거나 선동자라는 식의 악의적인 폄하는 지나치다.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역사적으로나 국민정서상 용납되지 않을 광고까지 찍어가며 돈 벌기에 급급할 사람들일까. 어떻게 오른 한류스타의 자린데 10억 출연료를 챙기고 중국에서만 떵떵거리며 살겠다는 심산이었을까.
물론 과정상 실수나 착오는 반성하고 고쳐야 한다. 다만 이들이 중국 광고에 출연을 유지해야 하는 입장을 정말 필요에 의한, 그리고 미래를 위한, 크게는 국가간의 신뢰도를 위한 결정이었음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순 없는가 하는 말이다. 모든 진심은 물(水)보다 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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