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WC결산] 홍명보의 '원칙'이 옳았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06.27 17: 20

역설적이지만 홍명보 감독의 원칙이 옳았다. '꾸준한 소속팀 활약이 선발 기준'이라는 원칙은 결국 날카로운 독이 묻은 화살이 되어 돌아왔다.
27일 새벽은 아쉬움의 날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수적 우세를 안고도 벨기에에 0-1로 패했다. 1무 2패,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아쉬운 마침표였다.
한국은 이번 대회서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와 함께 H조에 속했다. 비교적 수월한 조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16강행의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그러나 사상 첫 원정 8강행의 꿈은 난망했다.

꼭 1년 전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원팀(One Team)-원스피릿(One Spirit)-원골(One Goal)'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꾸준한 소속팀 활약이 선발 기준'이라는 그만의 원칙도 세웠다. 하지만 옳았던 원칙이 무너지면서 홍명보호는 원하던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지켜지지 않았던 바로 그 원칙이 진정한 해답이었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줬다.
선수 선발부터 잡음을 일으켰다. 홍명보 감독은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박주영, 윤석영, 지동원 등을 최종명단에 포함시켰다. 팬들은 이를 두고 홍명보 감독의 '의리 엔트리'라며 비난의 날을 세웠다.
의리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대회 기간 내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할 홍명보호엔 악재였다.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러시와-알제리로 이어지는 1, 2차전까지 동일했다. 부진한 박주영을 고집했다. '애제자' 박주영은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해 슈팅 1개를 기록하며 쓸쓸히 퇴장했다.
벨기에와 3차전은 홍명보 감독의 원칙이 옳았음을 명백히 증명한 한 판이었다. 소속팀에서 활약하는 이들이 펄펄 날았다. K리그 울산 현대의 김신욱, 김승규 등이 자신들의 능력을 증명했다. 그간 선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둘이었지만 눈을 사로잡을 만한 활약을 펼쳤다.
이명주(포항 스틸러스), 남태희(레퀴야) 등의 제외도 아쉬움을 남겼다. 이명주는 월드컵을 앞두고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K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남태희도 카타르리그 6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물오른 득점력을 과시했다. 홍 감독이 천명했던 원칙에 200% 부합되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홍 감독은 끝내 원칙 속에 있던 이들을 외면했다. 대신 동 포지션에 하대성, 지동원, 김보경 등을 선발했다. 지동원과 김보경은 소속팀에서 꾸준히 나오지 못하는 이들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회서 보여준 것도 없었다. 득점이 필요했던 벨기에전서 다른 이들의 얼굴이 떠오를 수밖에 없던 이유다.
홍명보 감독의 원칙은 틀리지 않았다. 옳았다. 문제는 알고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본인이 내세웠던 원칙을 스스로 무너트리면서 자승자박이 돼 버렸다.
dolyng@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