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에이스' 이태양에게서 류현진 향기가 난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6.28 06: 08

"그건 아닌 것 같고요…".
한화 에이스 이태양(24)에게 '류현진을 닮은 듯하다'고 이야기하니 쑥스럽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그건 아닌 것 같다"며 "야수 형들이 많이 도와주시기 때문에 잘 던질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내가 나오는 날마다 팀 승리를 이끌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태양이 명실상부한 한화 에이스이자 한국프로야구 대표 우완 투수로 급성장했다. 이태양은 지난 27일 포항 삼성전에서 8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1사구 6탈삼진 3실점으로 막고 한화의 6-4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3승(3패)째를 올리며 리그 평균자책점 5위(3.55)를 마크했다.

특히 6월 활약이 눈부셨다. 6월 5경기 모두 퀄리티 스타트하며 3승1패 평균자책점 2.52로 위력투를 펼쳤다. 피안타율이 2할8리에 불과했으며 WHIP 역시 1.09로 수준급이었다. 5월 선발 전환 후 9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3.32로 퀄리티 스타트가 7경기에 달한다.
한화에서 이태양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한화는 6월에 7승을 올렸는데 그 중 4승이 이태양 선발등판 경기였다. 그 중 이태양이 가져간 개인 승수가 3승. 6월 한화의 선발승도 이태양의 3승이 전부다. 이태양이 나오는 날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고 있다. 과거 한화팬들이 류현진의 선발등판 날을 기다린 것처럼 이제는 이태양의 선발등판을 손꼽아 기다린다.
27일 삼성전에서 이태양은 데뷔 후 개인 최다 8이닝 125구를 던졌다. 올해 한화 선발투수가 8이닝을 던진 건 이태양이 처음이다. 실질적인 마무리 윤규진이 어깨 근육통으로 이날 아침 서산으로 기에 이태양의 8이닝 소화는 더욱 빛났다. 그는 "오늘 아침에 규진이형이 갑자기 나가더라. '형, 어디 가느냐'고 물어보니까 몸이 안 좋아서 가신다고 하더라"며 "불펜 부담을 덜기 위해 책임감있게 던졌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9회까지 마운드에 오르며 2012년 7월24일 대전 롯데전 류현진 이후 한화 투수로는 2년 만에 완투승을 노렸지만 최형우에게 솔로 홈런을 맞고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최형우 선배에게 맞은 홈런은 실투이지만 승부를 하고 싶었기에 그에 대해서는 후회없다. 그보다 내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안)영명이형, 박정진 선배님까지 불펜에서 2명이나 나온 것이 죄송하다"는 게 이태양의 말이었다.
자신의 승리보다 팀 불펜 소모에 책임을 통감한 것이다. 이런 이태양은 모습, 어디가 많이 본 듯하다. 과거 류현진이 그랬다. 마운드가 약한 팀 사정상 류현진은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며 팀 승리를 위해 던졌다. 팀 타선과 수비의 지원을 받지 못해 불운하게 승리를 날리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의 이태양도 그 길을 걷는다.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불평불만 없이 자신의 길을 꿋꿋이 간다.
이태양은 "6월을 잘 마쳤지만 이제 여름이 왔다. 7~9월을 어떻게 잘 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간 활약에 따라 인천 아시안게임 최종 발탁 여부가 걸려있다. 이에 대해 이태양은 "마음 속으로만 품고 있겠다"고 말했다. 속내를 굳이 드러내지 않는 것, 이마저도 류현진을 쏙 빼닮았다. 이태양에게서 류현진의 향기가 솔솔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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