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 것 없다. 길게 내다 보고 키울 것이다".
삼성 마운드에 혜성처럼 등장한 좌완 신인 이수민(19). 이달 중순 1군 데뷔한 후 5경기에서 1승1홀드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하고 있다. 7⅓이닝 동안 탈삼진 7개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금 이 페이스라면 계속 1군에 머무는 게 정상. 하지만 삼성 류중일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육성에 중점을 두고 내다본다. 이른바 새끼 사자 키우기 프로젝트.
류중일 감독은 "이수민이 잘 해주고 있다. 1군에서 짧은 기간이지만 벌써 1승1홀드를 올렸다. 우리나라 최고 홈런 타자 박병호와 강정호를 잡아냈다. 1군에서 이런 경험을 쌓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선수 본인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고, 자신감도 많이 얻었을 것이다. 그렇게 막으면서 선수가 크는 것"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류 감독은 곧 이수민을 1군에서 내릴 생각이다. 그가 못해서가 아니다. 류 감독은 "양일환 2군 투수코치가 이수민을 한 번 써보는 게 어떠냐고 추천해서 1군에 올리게 됐다. 팀도 본인에게도 도움이 됐다"며 "지금 당장 급할 게 없다. 이수민은 이제 대학교 1학년 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삼성 불펜에는 차우찬·권혁·박근홍 등 좌완 자원이 풍부하다. 이수민이 없어도 큰 걱정할 필요 없다. 류 감독도 "지금 그런대로 잘 하고 있지만 이걸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당장 이수민을 쓰면 팀에는 좋을지 몰라도 선수 개인에게는 손해가 될 수 있다. 좋을 게 없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그래서 조만간 이수민을 BB아크로 내려보낼 계획이다. 류 감독은 "지금 이수민의 투구폼을 보면 포수처럼 팔 스윙이 작다. 그런 폼으로는 스피드도 한계가 있고 다칠 수 있다. 1군보다는 BB아크에서 체계적으로 잘 배우면 더 큰 선수가 될 것이다. 지금보다 좋아진 모습으로 1군에 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렇다면 류 감독은 이수민의 육성 기간을 몇 년으로 잡고 있을까. "이제 대학교 1학년 나이다. 서두를 것이 없다. 천천히 배운다는 생각으로 하면 된다. 3년에서 4년, 5년 정도 길게 잡고 제대로 된 선수로 키워야 한다. BB아크에서 부족한 부분을 교정받으면 더 큰 선수가 될 것"이라는 게 류 감독의 말이다.
이수민 본인도 마음을 굳게 먹었다. 류 감독은 "이수민은 야구를 할 줄 아는 선수다. 마인드가 잘 되어있다. 야구에 대한 욕심도 많다"고 칭찬했다. 이효봉 XTM 해설위원도 "삼성은 살림에 여유가 있는 팀이라 유망주를 급하게 쓰지 않고 제대로 키울 수 있다. 삼성에 온 것이 이수민에게 행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이라서 유망주를 무리 않고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다. 삼성이 역시 명문구단이라는 게 바로 이 점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