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태양과 지는 태양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7일 새벽 5시(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펼쳐진 벨기에와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서 후반 33분 얀 베르통언에게 통한의 실점을 허용해 0-1로 패했다. 수적 우세를 안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한국은 1무 2패, 최하위에 그치며 8년 만에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한국은 이번 대회서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와 함께 H조에 속했다. 비교적 수월한 조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16강행의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그러나 사상 첫 원정 8강행의 꿈은 난망했다.

몇 안되는 위안거리는 '막내' 손흥민(22, 레버쿠젠)의 고군분투였다. 그는 이번 대회 한국의 최고 스타였다. 알제리전 만회골을 넣는 등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다. 독일 분데스리가 2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의 위용을 드러냈다. 벨기에전서 한계점을 보인 손흥민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4년 뒤 장밋빛 미래를 기약했다.
뜨는 해가 있으면 지는 해가 있는 법. 박주영(29)과 이청용(26, 볼튼)이 비운의 주인공이었다. 둘은 홍명보호의 기둥이었다. 기량 뿐만 아니라 리더가 없는 홍명보호의 중심이 돼줘야 했다. 하지만 그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둘은 4년 전 사상 첫 원정 16강행의 주역이었다. 박주영은 2010 남아공 월드컵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3차전서 극적인 프리킥 동점골을 넣으며 16강을 이끌었다. 이청용도 아르헨티나와 2차전과 우루과이와 16강전서 1골씩 뽑아내며 맹활약했다.
4년이 흘렀다. 월드컵 영웅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황제 훈련', '의리 엔트리', '실전 감각 부족' 등 뚜껑을 열기 전부터 도마 위에 올랐던 박주영의 세 번째 월드컵은 처량했다. 러시아, 알제리전서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지만 단 1개의 슈팅에 그쳤다. 벨기에전서 그에게 주어진 기회는 없었다. '은사' 홍명보 감독이 외면했을 정도로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다.
이청용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홍명보호의 부주장인 그는 '블루 드래곤'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모습은 아니었다. 3경기 연속 침묵했다. 특히 벨기에전서 무리한 드리블 돌파로 공격의 흐름을 끊었다. 자주 보여줬던 날 선 패스도 실종됐다. 플레이 메이커를 잃은 홍명보호는 길을 잃고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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