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을 벗어던지고 냉철한 판단이 중요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7일 새벽 5시(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데 상파울루 경기장에서 펼쳐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벨기에전에서 후반 33분 얀 베르통언에게 통한의 실점을 허용해 0-1로 패했다. 1무 2패의 한국은 H조 최하위에 그치며 8년 만에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이번 대표팀서 가장 큰 기대를 받은 것은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다. 최종 23명 중 박주영(무적)을 비롯해 구자철(마인츠), 기성용(스완지시티),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등 17명의 해외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표팀을 구성하면서 자연스레 기대감도 높아졌다.

이번 월드컵에 참가한 해외파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10명)을 뛰어넘는 역대 최다 기록이었다. 하지만 대표팀은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며 삐걱거렸다. 기성용의 SNS 논란을 비롯해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판단도 있었지만 홍명보 감독의 믿음은 철저했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홍명보호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소속팀서 활약을 본다면 부족함도 드러난다. 우선 '의리논란'을 비롯해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박주영은 전 소속팀인 아스날서 제대로 출장하지 못했다. 아스날 소속으로 총 6경기에 교체 출전한 것이 전부일 만큼 박주영은 기량을 쌓지 못했다. 오히려 퇴보했다. 23세 이하 선수들이 모였던 런던 올림픽서는 골을 터트리기도 했다. 또 4년전 남아공 월드컵서 16강에 올리는 득점을 뽑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브라질 월드컵서는 치욕을 맛봤다. 2경기 연속 선발에 나선 그에게 팬들은 '0득점,1 따봉' 이라는 비야냥 섞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주장 구자철도 확실한 주전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팀 동료인 박주호가 지난 시즌 대부분 경기에 나선 것과는 다르게 구자철은 주전경쟁을 펼쳐야 했다. 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폭발력을 선보였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또 지동원, 홍정호, 윤석영(퀸스 파크 레인저스), 김보경(카디프 시티) 등은 주전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감독에게 기회를 받지 못한 것은 팀내 주전경쟁서 밀린 것이고 대표팀서도 제대로 된 활약을 선보이기 어려웠다. 기성용, 이청용, 손흥민(레버쿠젠) 등을 제외하고는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 선수들도 자신이 처한 상황과 경기력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했다. 경기중 체력부담으로 인해 쥐가 나는 등 경기 감각과 체력이 떨어진 것으 그대로 증명됐다.
유럽에서 뛴다는 허울에 얽혀 있다면 더 발전하기 어렵다. 브라질 월드컵서 증명된 현실에 대해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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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