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때마다 되풀이되는 골 결정력 부족 문제.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더 심각했다. 결정적인 순간, 아예 슛을 때려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27일 새벽 5시(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데 상파울루 경기장에서 펼쳐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벨기에전에서 후반 33분 얀 베르통언에게 통한의 실점을 허용해 0-1로 패했다. 1무 2패의 한국은 H조 최하위에 그치며 8년 만에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전반 44분 김신욱에게 거친 태클을 한 스테번 드푸르는 즉각 퇴장을 명령받았다. 한국의 호재였다. 홍명보호는 후반전 내내 수적우세를 점하며 일방적으로 몰아쳤다. 하지만 후반전 교체로 들어간 얀 베르통언의 역습 한방에 그대로 무너졌다. 한국은 줄기차게 공격했지만 전혀 실속이 없었다.

거의 모든 공격수치에서 한국은 벨기에보다 우위였다. 총 16개의 슛을 때린 한국은 그 중 유효슈팅이 4개였다. 대부분의 슈팅이 차단되거나 골문을 벗어났다. 반면 벨기에는 15개의 슛을 해서 5개를 골문 안쪽으로 넣었다. 그 중 베르통언의 결승골도 포함됐다. 한국은 7번의 코너킥을 했음에도 위협적인 장면은 연출하지 못했다. 그 동안 준비했던 세트피스는 다 어디로 갔을까.
더욱 문제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과감하게 슛을 시도하지 않은 점이다. 손흥민, 이청용 등 페널티지역 안쪽에서 슈팅기회를 잡은 선수는 많았다. 하지만 지나치게 완벽한 찬스를 기다리다 슈팅타이밍을 놓치거나 공을 뺏기는 경우가 많았다. 겨우 슈팅을 하더라도 이미 골키퍼나 수비수가 대응한 뒤에 나왔다. 이래서는 메시급 개인기를 갖추지 않은 이상 득점이 어렵다.
러시아전에서 터진 이근호의 선제골은 과감한 판단이 돋보였다. 여기에 탄성이 뛰어난 브라주카의 특성이 더해져 골키퍼 아킨페예프의 실수를 유도했다. 설령 슈팅을 골키퍼가 쳐내더라도 리바운드 된 공은 동료의 득점으로 연결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수비수가 예측할 수 없는 과감한 슈팅이 필요한 것이다.
알제리전에서 터진 손흥민과 구자철의 득점 역시 수비가 예측하지 못한 시점에서 터졌다. 완벽한 골만 골이 아니다. 골은 계속 슈팅시도를 해야만 얻을 수 있다. 알제리전 한국은 전반전에만 내리 세 골을 허용했다. 이와 동시에 전반전 슈팅이 하나도 없었다. 국민들은 제대로 된 반격도 못해보고 당하기만 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더욱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브라질월드컵의 실패로 홍명보호는 큰 교훈을 얻었다. 더 이상 세계무대에서 지키는 축구로는 승리할 수 없다. 앞으로 홍명보호는 더욱 공격적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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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