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WC결산] 홍명보, '런던 동메달' 독 되어 돌아왔다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4.06.28 13: 05

영광이 독으로 다가왔다. 새판을 짜지 못한 채 예전의 기억으로 임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7일 새벽 5시(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데 상파울루 경기장에서 펼쳐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벨기에전에서 후반 33분 얀 베르통언에게 통한의 실점을 허용해 0-1로 패했다. 1무 2패의 한국은 H조 최하위에 그치며 8년 만에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서 동메달을 따낸 홍명보 감독은 그동안 큰 기대를 받았다. 한국 축구 역사상 국제무대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 나선 주전 대다수는 지난 런던 올림픽 출전 멤버다. 심지어 후보 선수들에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의리논란'의 주인공인 박주영(무적)을 비롯해 기성용(스완지시티), 구자철(마인츠), 이청용(볼튼) 등 주력 선수들 대부분이 이른바 '홍명보의 아이들'이다.
브라질 월드컵을 1년 앞두고 갑작스럽게 감독에 취임한 홍명보 감독은 자신과 호흡을 맞춘 '아이들'을 중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그만큼 달랐다.
가장 큰 논란의 주인공인 박주영은 지난 2년간 경기에 제대로 나서지 못했다. 눈물을 흘렸던 당시와는 다르게 박주영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가운데 부상까지 당했다. 사상초유의 '봉와직염'부상으로 인해 박주영은 월드컵을 앞두고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다. 박주영의 컨디션은 경기에 그대로 나타났다. 제대로 활동을 펼치지 못하며 공격진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컨디션과 경기감각이 떨어진 박주영을 시작으로 기성용, 구자철도 덩달아 분위기가 가라 앉았다. 23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했던 올림픽과 선수들의 수준이 분명히 차이가 났다. 만약 주력 선수들이 올림픽 세대였다면 그들을 보좌하거나 이끌 수 있는 선수가 합류되어야 했지만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그렇지 못했다.
올림픽 동메달의 영광은 브라질 월드컵서 독이 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선수단을 그대로 이끌면서 세계수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부상선수가 많은 가운데서도 그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렸기 때문에 새판을 짜지 못했다. 오히려 '찬밥'신세였던 이근호(상주), 김신욱(울산) 등이 '아이들'에 비해 좋은 기량을 선보였다.
선수 선발 및 전술 운용은 모두 감독이 결정한다. 따라서 런던 올림픽 영광세대로 브라질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려 했던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좋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 과거에 얽매인 선택은 독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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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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