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WC결산]'원칙' 저버린 홍명보 감독, 스스로 무덤 팠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6.28 11: 05

“소속팀에서 꾸준히 활약한 선수를 최우선으로 선발하겠다.”
‘One Team, One Spirit, One Goal’은 축구국가대표팀을 맡은 홍명보 감독의 공약이었다. 하지만 스스로 세운 원칙이 올가미가 되어 돌아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의 브라질 월드컵이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끝났다. 한국은 러시아와 1-1로 비기며 희망을 보여주는가 싶었다. 하지만 가장 만만하게 봤던 알제리에게 전반전 세 골을 허용하며 2-4로 졌다. 이 때 사실상 16강 꿈을 날아갔다. 한국은 주축선수들이 대부분 빠진 벨기에를 상대로 실낱같은 희망을 꿈꿨다. 벨기에는 단 10명이 싸우고도 능히 한국을 1-0으로 꺾었다.

홍명보호는 선수선발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박지성 복귀론, 박주영 선발론, 해외파 우대론 등 논쟁이 자주 발생했다. 그때마다 홍 감독은 스스로 세운 ‘원칙’으로 진화에 나섰다. 분데스리가서 맹활약한 박주호(27, 마인츠) 대신 윤석영(24, 퀸스 파크 레인저스)이 최종명단에 포함됐을 때 논란은 극에 달했다. 또 팬들은 K리그에서 포항을 우승으로 이끈 물오른 이명주(24, 포항)의 탈락도 이해하지 못했다. 이 때 홍명보 감독은 “고심 끝에 스스로 원칙을 깼다”고 공공연히 밝혔다. 팬들은 배신감을 느꼈다.  
선수들이 느꼈을 박탈감은 더 컸을 것이다. 리그를 불문하고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올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대표팀 선수선발에 대한 전권은 홍명보 감독에게 있었다. 다만 스스로 원칙을 깬 만큼 홍명보 감독은 반드시 좋은 결과로 보답해야 될 의무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브라질 월드컵에서 홍 감독은 실패했고, 명분도 잃었다. 지킨 것은 오직 일부 선수들과의 '의리'였다.
홍명보 감독이 끝까지 믿음을 줬던 박주영(29, 무적)과 윤석영은 월드컵에서 극도로 부진했다. 두 선수 모두 소속구단에서 1년 넘게 벤치만 달구는 처지였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수차례 경기력에 지장이 없다고 대중을 안심시켰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기준으로 보면 두 선수 모두 원칙에 전혀 부합이 안 됐다. 떨어진 경기력과 경기감각을 국가대표팀에서, 그것도 가장 중요한 월드컵에서 끌어올린다는 것은 애초에 말도 안 되는 도박이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맹활약한 손흥민, 이근호, 김승규, 구자철은 리그를 불문하고 모두 소속팀에서 꾸준히 활약하는 선수들이었다. K리그에서 최상의 몸상태를 유지한 선수가 벤치만 지킨 해외파보다 훨씬 나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아울러 해외파라도 꾸준히 경기에 출전해야 좋은 기량이 나온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벨기에전 후 홍명보 감독은 사퇴설에 대해 “이번 월드컵에서 선수들은 좋은 경험을 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지배당하지 않는다. 내 판단으로 (사퇴결정을) 할 것이다. 이 팀은 처음으로 내가 시작했고, 마지막까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다. 그가 월드컵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할지, 아니면 그 때까지 지휘봉을 잡을지는 알 수 없다. 만약 홍 감독이 아시안컵까지 맡는다면, 월드컵에서의 처참한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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