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유희열의 매력, '스케치북'의 저력, 또 의리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4.06.28 07: 32

방송 5주년을 맞은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그 어느 때보다 신명 나는 무대, 또 배울 것이 있는 깊이 있는 토크와 강력해진 웃음으로 70분을 가득 채웠다.
지난 27일 방송된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는 1980년대부터 방송을 시작한 '전국 노래자랑' 송해,  1993년생 '열린음악회'의 황수경, 1998년생 '뮤직뱅크'의 씨스타 보라, 2AM 진운 등을 초대해 장수 음악프로그램을 배워보는 콜라보레이션의 시간이 그려졌다.
이날 최장수 MC 송해에게 듣는 무대 위 다양한 에피소드, 젊은 감각 2AM 진운과 씨스타 보라의 열정적이고 통통튀는 진행 솜씨, 황수경 아나운서의 고품격 진행과 그의 사명감을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또 인순이, 장미여관, 소유X정기고 등 다양한 무대가 마련돼 풍성한 들을 거리를 선사했다.

또한 지난 2009년 첫 방송 당시 1년여 동안 무대에서 유희열과 '수질검사 하러 왔어요'를 진행했던 박지선이 4년여 만에 컴백해서도 유희열과 변치 않은 찰떡 호흡을 보였다. 박지선은 관객의 뜨거운 반응에 '수질검사 하러 왔어요'의 시즌2를 약속하는 의리로 박수를 이끌어냈다.
#스케치북이라서 가능한 콜라보레이션
이날 방송에는 30년 넘게 MC 자리를 지키며 최장수 MC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송해가 등장해 이야기를 나눴다. 젊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말하는 송해였지만, '팔땡'으로 자신의 나이를 소개하며 스케치북 무대를 들었다 놨다 하는 송해의 입담 앞에서는 유희열도 그저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스케치북' 무대 안에서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딩동댕동' 소리는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전국 노래자랑'을 외치게 만들었고, 유희열의 반주에 송해의 노래까지 들을 수 있던 이번 기회는 국내 유일 음악 토크쇼의 명맥을 유지한 '스케치북'이라 가능한 장면이었다. 
이어 '뮤직뱅크'의 MC인 씨스타 보라, 2AM 진운의 등장이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에너지 넘치는 '뮤직뱅크'를 이끌어가는 젊은 두 MC에게 진행톤을 배우는 유희열의 모습은 장수프로그램의 노하우를 배우고 말겠다는, 유희열의 의지의 '매의 눈'을 발동시켰고 기어코 진운을 밀어내고 보라와 호흡을 맞춘 실전 같은 연습이 관객에 사랑받는 유희열의 매력 포인트에 한 가지를 더했다.
또 '열린음악회' 황수경의 등장이 시선을 끌었다. '열린음악회'를 '청춘'으로 정의한 황수경의 "나는 가수와 관객과 스태프를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이다"라고 말해 그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알게 했다. 지난 1992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거쳐 '열린음악회' 또 '유희열의 스케치북'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음악 방송의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던 이번 방송은 5주년 특집에 걸맞은 묵직함을 안겼다.
#유희열이라서 가능한 웃음
88세 송해에게도 19금 개그를 던질 수 있는 유희열의 독보적인 캐릭터가 빛을 발했다. 이날 송해는 자신의 등장에 쑥스러워하는 유희열의 어깨를 만지며 격려했고, 유희열은 "선생님이 만지니까 흥분된다"고 조심스레 입담을 가동하며 웃음에 시동을 걸었다. 관객들도 '전국 노래자랑'의 상징인 모자를 쓰고 송해를 뜨겁게 반기며 이날 방송의 포문을 열정적으로 열었다.
'수질검사 하러 왔어요' 박지선의 재등장도 관객에 큰 웃음을 안겼다. 박지선은 차분한 톤으로 유희열의 거친 문자 메시지를 폭로하며 코너를 이끌어갔다. 이날 한 관객은 세 번째 혼자 '스케치북'을 방청하고 있다고 말해 박지선과 유희열을 안타깝게 했다. 그는 '스케치북' 방청 전 꼭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이에 박지선은 "그래도 난 오빠가 부럽다. 만나고 헤어진다"고 독특하게 위로했고, 관객도 '스케치북'이 무슨 의미냐고 묻는 유희열에 "이별"이라고 답하며 '그 MC에 그 관객'의 호흡을 보였다.
또한 황수경의 '열린음악회' 야외 에피소드 가운데, 비가 오는 날씨에는 얇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 출연자의 의상이 굉장히 야해진다는 말은 유희열을 당황하게 했다. 유희열은 "녹화 장소가 어디냐"고 물으며 떨어진 큐시트를 잡는 부산한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매의 눈'이라는 유희열의 음흉한 눈빛이 처음 주목받았던 아이유의 깜짝 영상도 공개돼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어 영상이 준비된 줄 몰랐던 유희열은 아이유, 십센치, 루시드폴 등 음악 후배들의 축전에 쑥쓰러워하며, 감동한 듯 눈시울이 촉촉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유희열은 "'스케치북' MC 제안을 받았을 때는 라디오만 하고 있어서 TV 매체가 두려웠었다. 안 하려고 했었다. 한 감독님이 'TV를 하면 좋은 음악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많은 고민을 했다. 첫 회 때 '골방에서 자기만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좋은 전달자가 되겠다"는 변함없는, 더 단단해진 각오를 전했다.
jykwon@osen.co.kr
'유희열의 스케치북'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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