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이빨’ 사고를 친 루이스 수아레스(27, 우루과이)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월드컵 역사에 남을 만한 징계를 받았다. 이에 대한 여론은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남미 지역은 “수아레스가 희생자”라고 주장하는 반면 유럽은 “징계가 약하다”라며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이 눈에 띈다.
수아레스는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페널티박스 내 경합 중 상대 수비수 지오르지니 키엘리니의 어깨를 물어뜯었다. 자신의 화를 못 이긴 돌발적인 행동이었지만 대가는 꽤 컸다. FIFA는 ‘국제경기 9경기 출전 정지 및 4개월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고 이로써 수아레스의 축구 인생은 큰 위기를 맞이했다. 이는 약물 및 도박 등 중범죄를 제외하고 그라운드 위에서 일어난 사건으로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큰 징계다.
이 징계로 수아레스는 남은 월드컵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소속팀으로 돌아가도 문제다. 여론이 좋지 않아 당분간은 비난을 한몸에 받아야 할 처지다. 다음 시즌 앤필드를 제외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모든 경기장들은 수아레스을 조롱하는 기상천외한 발명품들이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 스페인 클럽으로의 이적설이 떠돌았던 수아레스지만 이번 사건으로 모든 논의는 원점으로 되돌아갈 공산도 커졌다.

하지만 우루과이를 비롯한 남미 국가들은 수아레스가 FIFA의 희생양이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수아레스가 잘못을 한 것은 맞지만 FIFA가 수아레스를 ‘시범 케이스’로 삼았다는 것이다. 9경기 징계, 4개월 자격 정지 처분이 나올 정도까지는 아닌, 가혹한 처사라는 것이 대체적인 남미의 분위기다. 당장 FIFA의 최대 저격수 중 하나인 디에고 마라도나는 “FIFA가 도덕성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라며 얼굴 마담으로 나설 기세다.
반면 유럽에서는 수아레스의 징계가 너무 약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수아레스의 소속팀이 있는 영국에서는 더 그렇다. 이미 수아레스가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첼시)의 팔을 물어뜯는 경악스러운 장면을 지켜본 프리미어리그(EPL)의 팬들은 싸늘하게 돌아섰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의 설문조사가 상징적이다. “수아레스의 징계 강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이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44%가 “너무 관대했다”라고 답했다. “너무 가혹했다”라는 답변은 29%에 불과했고 “적당했다”라는 의견은 27%였다. 70%가 넘는 여론이 이번 징계에 대해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인 이탈리아는 말할 것도 없고 독일과 프랑스 언론들 역시 비난 논조를 쏟아내고 있다.
때문에 수아레스의 축구 인생이 큰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다. 최고의 리그들은 유럽에 몰려있다. 네덜란드 무대에서 맹활약한 뒤 리버풀로 이적, 최고 선수 대열에 올라선 수아레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음에 따라 향후 클럽 선수 생활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문제아’ 기질이 있다면 한 번쯤 생각을 다시 하는 게 유럽 클럽과 팬들의 정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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