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실패 후폭풍이 일본에도 몰아치고 있다. 일본이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C조에서 1무 2패라는 무참한 결과로 끝난 이유 중 하나로 대표팀 내의 인간관계가 무너졌기 때문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석간 후지는 28일, "이례적인 현지 해산... 자케로니 재팬의 '인간관계 붕괴' 순간"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일본 축구대표팀이 내분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유럽원정에서 혼다 게이스케와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이미 팀의 구섬점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나, 그 당시 또다른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는 것. 석간 후지는 이를 "가와시마 에이지의 '혼다 매도사건'"이라고 소개했다.
일본은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유럽원정을 떠나 세르비아, 벨라루시와 평가전 2연전을 치렀다. 문제의 발단은 벨라루시전으로, 경기 후 정렬에 참가하지 않고 벤치에 앉은 채 서포터석에 인사하러 나서지 않은 혼다에게 가와시마가 화를 내면서 시작됐다.

석간 후지에 따르면 가와시마는 "인사 정도 하는게 뭐가 어렵냐"며 혼다를 질책했고 이에 혼다는 "감사하는 마음은 있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나"며 맞섰다. 이후 락커룸에서도 두 사람의 충돌은 계속됐다. 팀 동료의 실수를 지적하는 혼다에게 가와시마가 "너도 여러 번 실수했잖아"라고 이야기하자 "당신이야말로 실수가 많다"며 혼다가 맞받아쳐 싸움이 본격화됐다.
석간 후지는 당시 경기를 취재한 기자의 증언을 통해 "가와시마가 귀신처럼 무서운 모습으로 혼다의 멱살을 잡았기 때문에 주위 선수들이 당황해서 두 사람을 떼어놓았다. 어떻게든 서로 치고 받는 싸움으로 번지는 것은 막은 듯하다. 하지만 이날부터 대표팀에는 혼다파와 반(反)혼다파, 중립파의 3개 그룹으로 나뉘게 됐다"고 전했다.
브라질에서도 대표팀의 내분은 계속됐다는 제보다. 콜롬비아전을 앞두고 휴일을 받아 방문한 브라질 레스토랑에서도 3개 그룹은 따로따로 앉았다는 것. 혼다와 같은 테이블에 앉은 이들은 같은 세리에A에서 뛰고 있는 나가토모 유토(인터밀란) 2008 툴롱컵 국제대회에서 U-23팀으로 함께 뛰었던 오카자키 신지(마인츠) 아오야마 도시히로(산프레체 히로시마) 등이었다.
혼다와 거리를 두고 앉은 반(反)혼다파는 가와시마를 필두로 요시다 마야(사우스햄튼) 우치다 아쓰토(샬케) 모리시게 마사토(FC도쿄) 사카이 고토쿠(슈투트가르트) 사카이 히로키(하노버) 등이 앉았다. 중립파는 하세베 마코토(프랑크푸르트) 곤노 야스유키(감바 오사카) 이노하 마사히코(주빌로 이와타) 니시카와 슈사쿠(우라와 레즈) 등으로, 조용히 고기를 먹고 돌아갔다고 한다.
석간 후지는 "혼다의 고립은 그에 대한 자케로니 감독의 과잉 신뢰와도 관계가 있다. 자케로니 감독은 혼다의 자기주장이 강한 성격을 좋아했고, 침착한 선수들뿐인 팀에 있어 그 '일본인스럽지 않은' 멘탈이 팀에 자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익명의 선수 관계자의 제보에 따르면 자케로니 감독은 팀내 청백전 등에서 선수 포지션이 50cm 정도 빗겨나가 있으면 그걸로 불평할 정도의 사람이었으나 혼다만은 특별대우였다. 선수 관계자는 "실수를 하든, 수비를 빠지든, 아무 것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경기에는 기용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특별대우였다. 당연히 내부에는 좋게 생각하지 않는 선수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석간 후지는 "자케로니 감독과 혼다의 밀월관계도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는 무너져버렸다"고 덧붙였다. "볼란테인 야마구치 호타루(세레소 오사카)와 아오야마의 발탁이 계기로, 보다 공격적인 수비 형태로 인해 최전방에 찔러주는 패스가 가능한 2명의 선수와 중원에서 공을 세밀하게 연결해 점유율을 높여 골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혼다"의 차이가 골을 만들었다는 것.

현지 취재 기자는 "혼다는 공격 조합의 중심으로서 팀에 군림하고 싶었으나 볼란테로부터 공격 진영에 곧바로 이어지는 패스가 주가 되면 혼다의 역할은 줄어들어버린다. 자케로니 감독도 야마구치와 아오야마의 가세에 반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던 혼다를 통제할 수 없게 됐다"고 석간 후지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간 후지는 콜롬비아전에서 롱패스를 시도해봤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 채 엉망진창으로 1-4 패배를 당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석간 후지가 대표팀 내분에 대한 또 하나의 정황증거로 들고 있는 것은 기자회견 없이 곧바로 해산한 것을 들었다. 콜롬비아전 패배 다음날인 26일, 일본축구협회는 "브라질에서 대표팀을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축구협회의 하라 전무이사 겸 기술위원장과 자케로니 감독, 선수들은 27일 저녁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선수단에 혼다는 없었다.
석간 후지는 "프랑크푸르트 이적을 위해 메디컬테스트를 받으러 조기 귀국한 하세베와 달리, 혼다는 외국에서 휴식을 취한 후 곧바로 소속팀 AC밀란으로 복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항에는 약 1000여 명의 서포터가 마중을 나와있었으나 늘 있던 귀국 기자회견 없이 곧바로 해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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