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나급 올라선 메시, 이제 트로피만 남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6.28 13: 18

‘대관식’은 열릴 수 있을까. 리오넬 메시(27, 아르헨티나)가 항상 자신 앞에 따라 붙었던 ‘디에고 마라도나’라는 이름을 지울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제 2의 마라도나’가 아닌, ‘새로운 신’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마지막 조건은 월드컵 우승이다.
메시는 이번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조국 아르헨티나를 16강에 올려뒀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4골을 넣으며 네이마르(브라질), 토마스 뮐러(독일)와 함께 득점 공동 선두에 올라 있기도 하다. 보스니아전에서 1골, 이란전에서 1골, 그리고 나이지리아전에서는 직접 프리킥 득점을 포함해 2골을 넣었다. 그가 자랑하는 왼발의 정교함은 감이 찌릿했다.
사실 아르헨티나의 경기력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이른바 아르헨티나판 ‘판타스틱 4’로 불리는 메시, 디 마리아, 아게로, 이과인 중 꾸준하게 제 몫을 한 것은 메시 하나였다. 하지만 메시는 혼자의 힘으로 팀의 3승을 이끌며 ‘에이스’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실제 지난 대회처럼 메시가 침묵했다면 아르헨티나는 탈락의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 선수 하나가 팀 성적을 완벽하게 바꿔놓은 사례다.

월드컵 징크스도 지워가고 있다.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9경기 1골에 그쳤던 메시였다. ‘신’이 감독을 맡았던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무득점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다르다. 동료들의 지원이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혼자의 힘으로 판을 휘어잡고 있다. 마치 1986년 월드컵 당시 단기필마로 적진을 휘저으며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끈 마라도나의 그 모습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다.
1986년의 아르헨티나, 그리고 이번 2014년의 아르헨티나만 단순 비교하면 메시는 마라도나보다 못할 것이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메시는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득점을 했다. 이는 1958년 오마르 코르바타 이후 아르헨티나 선수로서는 처음이다. 연속 경기로 골을 터뜨리면서 4골을 몰아친 선수도 1986년 그 마라도나 이후 처음이다. 마라도나는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그 유명한 ‘신의 손’ 골을 포함해 2골, 그리고 벨기에와의 4강전에서 2골을 넣었다. 메시는 마라도나의 그 길을 착실히 따라가고 있다.
클럽 레벨에서는 더 이룰 것이 없는 메시다. 리그 우승 6번,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3번이나 경험했다. FIFA 올해의 선수상, 발롱도르, 그리고 FIFA 발롱도르 수상 횟수를 합치면 무려 5번이다. 현역 선수 중 메시보다 더 나은 개인 경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이제 없다고 보면 된다. 결국 딱 하나 남은 것은 월드컵 우승이다. 메시도, 아르헨티나 국민도 이를 잘 알고 있다. 1986년의 마라도나처럼 조국을 우승으로 이끈다면 그것이 곧 대관식이다.
월드컵에서 부진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평균 활약상’을 꽤 많이 만회한 메시다. 마라도나는 월드컵 21경기에서 8골(0.38골)을 넣었다. 메시는 11경기에서 5골(0.45골)이다. 메시의 이번 토너먼트 결과에 따라 이 격차는 좀 더 벌어질 수도 있다. 다행히 아르헨티나는 브라질, 프랑스, 독일이라는 강호들과 다른 바구니에 속해있다. 상대적으로 올라가기가 수월하다.
물론 마라도나와 메시는 완벽히 같은 선수가 아니다. 체격 조건과 쓰는 발 정도가 같다. 시대도 다르고 득점의 방식도 조금 달랐다. ESPN에 의하면 중앙부터 홀로 드리블을 즐겼던 마라도나는 평균 185.3번의 터치마다 골을 넣었고 평균 골거리는 10.3m였다. 하지만 좀 더 박스 근처에서 기회를 엿보는 메시는 151.8번의 터치마다 골을 넣었으며 평균 20.5m의 득점 비거리를 기록했다.
그래서 더 관심이 몰린다. 메시가 마라도나와 다른 방식으로 월드컵을 들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스타일의 축구 전설이 탄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메시에게도 기회가 영원히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1986년 우승을 차지한 뒤 마라도나는 전성기를 누렸지만 1990년에는 팀의 실력이 따라주지 않았다. 운 좋게 결승까지 갔지만 결국 더 운이 좋았던 서독에 졌다. 남미에서 열리는 이번 월드컵은 메시에게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트로피 없이는 마라도나는 항상 그의 등뒤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skullboy@osen.co.kr
ⓒ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