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끝없는' 황정음, 연기 그만뒀으면 어쩔 뻔했나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4.06.28 15: 33

매 작품마다 보고도 믿기지 않을 만큼 큰 성장과 발전을 보여준다. 한 작품을 보내고 다음 작품을 만날 때마다 어쩜 연기력이 이렇게나 '점프'를 뛸까.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지만 이 기세대로라면 훗날 언젠가 유수의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안고 눈물 흘리는 그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기특한 여배우 황정음의 얘기다.
황정음이 SBS 주말특별기획 '끝없는 사랑'으로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지난해 11월 종영한 KBS 드라마 '비밀' 이후 약 반년 만이다.
황정음은 참으로 꾸준하다. 걸그룹 슈가로 데뷔해 큰 인기를 모으며 무대서 활약하다 연기자로 전향한 건 이미 10년 전 일이다. 배우로 돌아섰던 초반엔 그 역시 연기력 논란의 단골 주인공이었다. 가수 출신 연기자들이라면 피해가기 어렵던 통과의례였다. 그러다 황정음이 연기자로서 본격적으로 빛을 보기 시작한 건 아무래도 2009년 출연한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 아닐까.

당시 능청스럽고 깜찍한 시트콤식 연기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이후 드라마 '자이언트' '내 마음이 들리니', '골든타임', ‘돈의 화신' 그리고 지난해 연말 시상식에서 그에게 최우수연기상 트로피를 안겼던 '비밀'에 이르기까지 매년 꾸준히 한두 작품씩 소화하며 입지를 다졌다.
깜찍하고 코믹한 시트콤 이미지가 지겨웠을까, 최근 몇 년 사이 황정음의 출연작들은 대부분 시대극이나 장르극의 성격이 강하다. 코믹 연기를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시대를 관통하고 극단적인 감정의 소모가 많은 연기들은 분명히 어렵다. 황정음은 여러모로 쉽지 않은 작품들에서 녹록치 않은 캐릭터들을 집어 들곤 했는데 평가도 결과도 대부분 성공적이다.
이번 '끝없는 사랑'에서도 그는 1980년대 격동기를 살아내는 강인한 여인 서인애로 분했다. 그는 어릴 적 모친의 죽음을 목도한 뒤 복수를 꿈꾸는 야생마 같은 여자다. 미모와 두뇌를 모두 지녔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옥살이를 하고 출소 후 여배우로 성공했다가 다시 사법고시에 패스해 검사가 되는 여전사 캐릭터다.
이를 연기하는 황정음은 지난 주 방송된 1, 2회를 통해 이미 그 진가를 드러냈다. 화장기 거의 없는 얼굴로 몸을 굴리는 액션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불의의 현실과 고통스런 사랑 앞에 폭발하는 감정까지, 수려한 연기를 선보였다.
황정음은 과거 OSEN과의 인터뷰에서 '골든타임' 출연 후 연기를 포기할까 하는 고민을 했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골든타임' 출연 당시 황정음은 여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전개 도중 분량이 축소되고 캐릭터가 흔들리는 등 고충을 겪었다. 배우로서 혼란스러운 방황기를 맞게 된 것.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이 바닥을 쳤던 그 때, '돈의 화신'이란 작품을 만나면서 또 다시 꿈을 꾸고 마음을 다잡았다던 사연이다.
만일 그날의 황정음이 고민과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졌다면 어땠을까. 연기를 포기하고 꿈을 놓아버렸다면 오늘날 이와 같은 열매는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최우수연기상에 빛날 뿐 아니라 대작 드라마를 힘차게 끌고 가는 여전사가 됐다. 하마터면 좋은 여배우 한명을 잃을 뻔 했다. '끝없는 사랑' 속 황정음의 연기를 감상하는 일이 더욱 기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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