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현의 ML통신] 감독 사인 세 번이나 무시한 류현진의 강공
OSEN 박승현 기자
발행 2014.06.28 15: 40

[OSEN=다저스타디움(LA 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28일(이하 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을 마치고 인터뷰에 임하던 LA 다저스 류현진은 갑자기 웃음을 지었다.
아쉽게 10승 문턱을 넘지 못한 터에 인터뷰 중 웃음이라니.  2회 무사 1,2루에서 삼진을 당했을 때의 상황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다.
0-0 동점 상황에서 다저스는 A.J.엘리스, 미겔 로하스의 볼넷과 내야안타로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다음 타자는 류현진. 타석에 들어선 류현진은 당연히 보내기 번트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 선발 카를로스 마르티네스가 초구 95마일짜리 직구를 던졌을 때 류현진의 배트가 돌았다. 아쉽게도 스윙이 조금 늦어 1루 쪽 관중석으로 떨어지는 파울 볼이 됐다. 뜻밖의 상황에 홈팬들은 아쉬운 탄성과 함께 환호성을 냈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 내야진은 류현진이 2구째를 맞을 때도 전진 수비를 풀지 않았고 류현진 역시 번트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2구째 99마일 직구에도 다시 강공. 결과는 헛스윙이었다. 3구째 역시 같은 모습의 되풀이. 구속도 99마일로 똑같았다.
약간 이상하기는 했다. 99마일 던지는 투수를 상대하면서 류현진에게 페이크 동작을 취하라고 하면 어떻게 치라는 말인가.
웃음 뒤에 이어진 류현진이 답을 줬다. “사실은 세 번 모두 보내기 번트 사인이었다. 상대 내야수들이 전진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스윙을 했다. 나중에 감독님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상대가 자신들의 선발 투수가 볼이 빠르니까 일부러 전진수비를 펼치며 보내기 번트를 못하게 한 것이라고 하시더라. 다음부터는 사인대로 번트 잘 대겠다.”
궁금증은 풀렸지만 대신 놀라움이 생겼다. 류현진의 대범함. 돈 매팅리 감독의 지적대로 타석의 류현진이 상대 내야의 압박에 속은 것이 맞긴 맞다. 하지만 조여 오는 내야수들을 보고 고지식하게 번트 대느니 쳐버리겠다는 것은 아무나 하는 생각이 아니다.
거기다 감독의 사인도 태연하게 ‘무시하고’  자신의 판단에 더 유리해 보이는 쪽으로 과감하게 승부를 걸어 봤다. 마운드에서 왜 주자가 있어도 흔들리지 않고 태연하게 승부할 수 있는지 또 한 번 류현진의 모습을 확인한 대목이었다(아직 궁금함 하나는 남았다. 타석에서 본 99마일짜리 직구는 어떤 느낌일까).
nangapa@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