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국대 GK 부럽지 않은 놀라운 1루 수비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6.28 19: 56

실점 위기에서 공을 바라보는 그의 눈이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공이 날아오자 그는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확실하게 잡아낸다. 어디 그 뿐이랴. 과감하게 앞으로 쇄도하면서 각도를 좁히며 슬라이딩하는 판단력까지 일품이다. 축구 골키퍼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 1루수 박종윤의 이야기다.
박종윤은 28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NC 다이노스전에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최근 박종윤은 루이스 히메네스-최준석 콤비가 동시에 출전하면서 좌익수로 나서는 날이 많았다. 그렇지만 히메네스 부상으로 27일부터 다시 제자리인 1루로 돌아갔고, 국가대표 골키퍼 부럽지 않은 순발력과 판단력을 보여주고 있다.
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박종윤의 별명은 두 가지. 하나는 '팡야', 나머지 하나는 '팡데사르'다. 낮은 공을 기가막히게 잘 걷어올리는 박종윤의 타격 장면이 마치 골프선수와 닮았다고 해서 온라인 골프게임 이름을 본따 '팡야'라는 별명이 붙었고, 마치 골키퍼와 같은 반사신경과 다이빙을 자주 보여준다고 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골키퍼 에드윈 반 데 사르를 본딴 '팡데사르'라는 별명까지 갖게 됐다.

올해 박종윤은 어퍼스윙 대신 레벨스윙을 장착해 예전의 그 골프 스윙은 보기 힘들어졌지만 1루에서는 여전한 수비실력을 뽐낸다. 28일 NC전에서는 만루홈런과 맞먹는 놀라운 수비를 보여주면서 자신의 진가를 뽐냈다.
롯데 선발 홍성민은 0-0으로 맞선 3회초 손시헌-김태군에게 연속안타, 박민우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그리고 타석에 선 이종욱은 홍성민의 공을 제대로 잡아당겨 총알같이 빠른 타구를 1루수 방면으로 보냈다. 타구 속도와 코스 모두 최소 2루타는 될 타구였고, 1루에 있는 박민우의 발을 감안하면 3타점 싹쓸이 안타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만 박종윤은 이 모든 가능성을 호수비를 통해 '0'로 만들었다.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빠져나가는 타구를 라인드라이브로 잡았고, 당연히 안타라고 생각하고 스타트를 끊은 1루 주자 박민우까지 잡아냈다. 무사 만루가 순식간에 2사 2,3루가 된 순간. 그 직후 나성범의 1루 강습 땅볼 타구까지 몸으로 막아낸 뒤 1루로 쇄도, 슬라이딩으로 먼저 1루를 찍어 세 번째 아웃카운트까지 잡았다. 무사 만루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건 박종윤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승부를 결정짓는 호수비를 펼친 박종윤은 타석에서 안타 2개, 타점 2개를 올리는 것보다 더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그럼에도 그는 타석에서까지 활약했다. 3-1로 앞서가기 시작한 6회말 2사 2루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터트리면서 귀중한 추가득점을 올렸다.
원래부터 수비가 좋았던 박종윤이었지만, 오랜만에 돌아온 1루가 반가운 듯 이번 NC와의 시리즈에서는 더욱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박종윤의 호수비 속에 롯데는 NC를 4-1로 잡고 올해 첫 상대 위닝시리즈를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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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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