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부족하다. 한 방이 안터진다.
tvN 'SNL코리아'가 여전히 뜨뜻미지근한 콩트로 강력한 한 방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조금 수위 높은 토크쇼 정도로 볼 수 있는 '피플업데이트'를 1시간 편성하는 게 어떨까 싶을만큼 콩트는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해내고 있다.
지난 28일 방송 역시 그랬다. 이날 콩트는 '똘끼 충만한' 메인호스트 정준영의 매력에만 기댄 듯 했다. 정준영의 활약은 또래 스타들에 비해 확실히 수위도 세고 화끈하긴 했다. 그는 짙은 아이라인으로 일부 '패션피플'들을 패러디하고, 미역을 머리에 감고 묘한 자세를 취하는가 하면 몸에 딱달라붙는 옷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모았다. 몽정 휴가를 다룬 콩트에서는 모자이크 처리가 필요한 포즈도 서슴없이 소화했다.

그런데 그게 다였다. 정준영이 얼마나 예쁜가를 보여준 '캐스트 어웨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월드컵에서의 부진을 꼬집은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그외 '우결' 패러디, '하이스쿨' 등은 나름 시의성을 가진 소재와 별개로 상당부분 지루했다. 콩트임에도 호흡이 길고 부연 설명이 많은데다, 탁 터지는 웃음 포인트가 많이 줄어든 것. '하이스쿨'의 특이 패션 소개는 길게 느껴졌고, '우결' 속 안영미와 유세윤의 커플 호흡도 신선하지 않았다. 배우들의 연기는 여전히 화끈하지만, 보다 강력하거나 신랄한 웃음 코드가 많이 아쉽다.
'피플 업데이트'는 평소보다 많이 산만했지만 콩트보단 나았다. 유희열 대신 유세윤이 진행하면서 "맥이 끊긴다"고 스스로 자평했는데 실제 방송이 그랬다. 그래도 웃음을 터뜨리며 유세윤과 장난을 주고 받고, 나름 내면의 얘기를 꺼내보려는 유세윤의 노력에 "형 말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정준영의 모습은 앞서 콩트 속 정준영보다 오히려 더 웃겼다.
'SNL코리아'는 새 시즌을 출범하면서 기존의 1차원적인 성적 유머 대신 여성들도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여성의 몸만을 훑어대는 기존 방식을 많이 버렸다. 이는 바람직한 결정으로 보이나, 문제는 그 공백을 채울 다른 '한 방'을 찾아내진 못했다는 점이다.

콩트는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돌려깔'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식이다. 그저 "박주영 선수가 0골 0어시 0슈팅을 기록했다"고 말하거나 "태연은 백현꺼"라고 읊는 건조한 대사만으로는 부족하다. 'SNL코리아'가 콩트의 강점을 살려서 이 프로그램의 궁극적 목표인 '웃음'에 보다 충실해질 수 있을 것인지, 혹은 이대로 '피플 업데이트'의 분량이 점차 더 늘게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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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코리아'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