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놓친' 한국, 6개월 뒤 亞컵에 집착해야 하나?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4.06.29 06: 05

단번에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할까. 착실하게 4년 뒤를 준비해야 할까.
1무 2패, 그리고 16강 진출 실패.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한국이 거둔 최악의 성적이다. 2002년 대회부터 2010년 대회까지 꾸준하게 승리를 추가했던 한국은 16년 만에 승리 달성에 실패하며 '한국 축구가 16년이나 후퇴했다'는 비난을 듣게 됐다.
문제는 월드컵에서 최악의 성적으로 흐트러진 대표팀을 어떻게 안정시키느냐다. 현재 지휘봉을 잡고 있는 홍명보 감독은 2015 호주 아시안컵까지 계약을 맺은 상태다.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안고 사퇴 혹은 경질이 돼야 한다는 비난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홍명보 감독이 계속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내년 1월 4일부터 열리는 아시안컵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감독이 선임될 경우 대표 선수들을 파악할 시간이 부족한 만큼 아시안컵에서의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한국은 아시안컵 우승에 목말라 있다. 1960 아시안컵 우승 이후 한 번도 대회 정상에 오르지 못하면서 아시아의 맹주라고 자처하던 목소리가 작아지고 있다. 특히 3년 전 라이벌이라 생각하던 일본의 아시안컵 우승으로 아시아 축구에서의 입지가 더 좁아진 탓이다.
하지만 아시안컵에서 단번에 분위기를 반전시킨다고 해서 한국 축구의 궁극적인 발전이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아시안컵 우승으로 월드컵에서의 실패를 6개월여 만에 반전시킨다는 것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요행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시아에서 실질적인 경쟁국 일본이 즉시 다음 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한 모드로 들어갔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은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16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안고 사퇴 의사를 밝히자 즉시 하비에르 아기레 전 에스파뇰 감독과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안컵이 일본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일본도 아시안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월드컵과 경중이 다르다. 특히 이번 월드컵을 통해 일본은 세계 축구의 벽을 제대로 실감했다. 단순히 아시아 정상에 오른다고 해서 세계 축구의 흐름에 낄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세계 축구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착실하고 체계적인 준비를 4년 동안 해도 부족하다는 것을 안 것이다.
무엇보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컵을 16년 만에 최악의 모습을 보인 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부족했던 모습들을 6개월 안에 모두 보완하는 것이 가능할까? 무엇보다 실망스러웠던 전력 분석 및 전술적인 요소 등도 해결이 될 수 있을까? 아마 '할 수 있다'고 대답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차라리 2019년에 열릴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하는 것이 낫다. 2018 월드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4년 동안 체계적인 준비를 해 월드컵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얻는다면 아시안컵에서의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다. 게다가 홍명보 감독 혹은 새 사령탑으로서는 2015 호주 아시안컵을 부담없이 준비할 수 있게 된다.
눈 앞에 것에 집착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당장 이번 월드컵이 눈 앞에 것에 집착하다 실패한 사례다. 착실하게 대표팀을 성장시키던 조광래 감독이 몇 경기 동안 흔들린다고 경질됐다. 이후 대표팀은 장기적인 계획이 상실된 채 달려왔다. 이제 대한축구협회는 선택을 해야 한다. 과거를 되풀이 할 것인지, 아니면 4년 뒤를 바라보고 준비할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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