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스콜라리 감독은 칠레가 싫다고 했다. 누구는 엄살이라고 했지만 스콜라리 감독의 말은 옳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명장이지만 칠레의 투지는 이 명장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브라질은 29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에스타디오 미네이랑에서 열린 칠레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부차기 스코어 3-2로 이겼다. 칠레를 몰아붙였지만 상대의 120분을 1-1로 마친 브라질은 승부차기에서 간신히 이기며 한숨을 돌렸다. 브라질은 콜롬비아-우루과이전 승자와 8강전을 치른다.
스콜라리 감독은 조 추첨 완료 후 브라질 언론으로부터 “16강 상대로 B조 어느 국가가 좋을까?”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 그 때마다 스콜라리 감독은 의외의 답을 내놨다. “만약 내가 선택할 수 있다면 칠레는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럽의 강호들인 스페인이나 네덜란드가 아닌 칠레가 가장 껄끄럽다고 한 것이다.

이유가 있었다. 칠레는 남미 팀이다. 브라질이 칠레에 강하기는 했지만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이 껄끄러웠다. 브라질에서 뛰는 선수들도 몇몇 있었다. 여기에 칠레는 기후 적응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남미팀 프리미엄을 안고 있었다. 많이 뛰는 축구 등 상성도 브라질과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스콜라리 감독의 우려는 맞아 떨어졌다. 칠레의 강한 압박은 브라질의 에이스인 네이마르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전반 초반에는 활발한 모습을 보였지만 거기까지였다. 후반부터는 돋보이는 장면이 눈에 띄게 줄었다. 브라질의 최대 약점은 전방 공격수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네이마르를 박스 한참 바깥으로 밀어낸 칠레는 브라질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묶었다. 브라질 공격은 무뎌졌다. 칠레는 브라질로 하여금 크로스를 이용한 획 굵은 축구를 하도록 강제했다.
연장에 들어갈 때까지 칠레는 브라질보다 6㎞를 더 뛰었다. 브라질은 조, 하미레스, 윌리안을 차례로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으나 스콜라리 감독의 교체 카드도 그리 효율적으로 먹히지 않았다. 결국 승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승부차기로 갔고 칠레 마지막 키커인 하라의 슈팅이 골 포스트를 맞고 나오며 신이 브라질을 향해 웃었다. 스콜라리 감독도 그때서야 깊은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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