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칠레] '역사 쓰겠다'던 산체스, 승부차기에 울었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6.29 04: 10

"우리는 역사를 만들기 위해 이 땅에 왔다"던 알렉시스 산체스(26, 바르셀로나)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120분의 혈투에 이어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결국 브라질 징크스를 넘지 못한 산체스는 못다 이룬 꿈을 안고 월드컵 무대에서 퇴장하게 됐다.
칠레는 29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에스타디오 미네이랑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16강 브라질과 경기서 승부차기 끝에 아쉽게 패했다. 1-1을 만든 뒤 연장까지 120분 동안 대등한 싸움을 벌였으나 결국 승부차기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로써 칠레는 두 대회 연속 브라질에 막혀 16강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맛봤다.
또 브라질에 울었다. 칠레는 브라질 원정 경기에서 5무21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아픔을 가지고 있다. 월드컵에서도 매번 브라질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0년까지 8번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칠레는 조별리그 제도가 마련된 뒤 3차례(1962·1998·2010) 토너먼트에 진출했으나 번번이 브라질 앞에서 작아졌다.

8강 진출의 길목에서 브라질을 만난 칠레는 '이번에는 다를 것'을 다짐하며 그라운드에 섰다. 칠레 공격의 핵으로 꼽히는 산체스는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역사를 만들기 위해 이 땅에 왔다. 우리는 조별리그에서 디펜딩 챔피언인 스페인도 꺾었다. 브라질과 맞붙게 돼 기쁘다"며 의욕을 다진 바 있다.
브라질을 향한 배짱 두둑한 선전포고대로 이날 산체스와 칠레는 브라질을 궁지로 몰아붙였다. 칠레는 스리백을 앞세워 강한 압박으로 브라질의 공격수들을 묶어두면서 중원을 지워버렸고, 산체스는 브라질의 공격을 뚫어내고자 종횡무진했다. 네이마르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던 상황에서 전반 32분 동점골을 터뜨린 이도 산체스였다. 산체스는 칠레 공격을 진두지휘한 것은 물론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8강 진출이라는 팀의 목표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그러나 연장전까지도 승부는 결정나지 않았고, 승패는 승부차기로 갈리게 됐다. 1번 키커 다비드 루이스가 가볍게 슈팅을 성공시킨데 비해 칠레는 피이냐의 슈팅이 가로막히며 처음부터 부담을 안았다. 브라질의 2번 키커 윌리안의 슈팅이 골대를 벗어나며 칠레에 기회가 돌아왔지만, 두 번째 키커로 나선 산체스는 기회를 잡지 못했다. 승부차기 결과는 3-2 브라질의 승리. 한 골차로 8강 진출의 꿈을 날려버린 산체스는 승부차기 후 기어코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펼쳤지만, 월드컵의 역사는 쓰지 못한 산체스의 뜨거운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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