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희비쌍곡선, 이름값이 전부 아니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6.29 06: 03

외국인선수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한다. 올해도 예외 없다. 화려한 경력으로 기대를 모은 선수들이 죽을 쑤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선수들이 뜨고 있다.
지난 28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한화-삼성전에서 양 팀 외국인선수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완봉승 투수로 큰 기대를 모은 한화 앤드류 앨버스가 2이닝 만에 조기강판된 반면 보잘 것 없는 경력으로 저평가된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가 홈런 포함 2안타 2타점 1볼넷으로 활약한 것이다.
앨버스는 올해 총액 80만 달러로 공식적으로 가장 비싼 몸값을 받는 선수다. 올초까지 미네소타 트윈스 40인 현역 로스터에 포함돼 있어 이적료까지 포함하면 더 비싼 금액을 들인 몸. 현역 메이저리거로서 안정된 제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갖춰 가장 경쟁력 있고 기대감 높은 외국인선수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13경기 2승8패 평균자책점 7.12. 9이닝당 볼넷 1.88개로 볼을 남발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피안타율 3할3푼5리에서 나타나듯 너무 쉽게 공략당한다. 직구 구속이 느리다는 게 가장 크다. 삼성전에서도 앨버스의 직구 구속은 최고 140km에 그쳤다. 좁아진 한국 스트라이크존 탓에 앨버스의 경쟁력이 사라졌다.
반면 삼성 2루수를 책임지고 있는 나바로는 리그 최고 외국인 타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시즌 전만 해도 나바로는 넥센 비니 로티노와 함께 가장 기대치가 낮은 외국인 타자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79경기가 전부였고,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마지막 시즌 성적도 뛰어나지 않았다. 국내 무대에는 낯선 외국인 2루수라는 점도 불안요소로 제기됐다.
하지만 나바로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복덩이를 넘어 절대 존재로 거듭나고 있다. 63경기 타율 3할3푼5리 84안타 17홈런 50타점 12도루로 펄펄 날고 있다. 볼넷도 50개를 골라내며 출루율은 4할4푼에 달한다. 득점권 타율도 4할4푼6리로 외국인 타자 중에서는 출루율과 함께 1위. 2루 수비에서도 큰 실수없이 넓은 범위로 안정감을 뽐낸다. 공수주에서 흠잡을데 없는 활약이다.
비단 앨버스와 나바로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LG 투수 코리 리오단은 올해 영입된 외국인 투수 중에서 가장 적은 몸값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시즌 시작 전부터 저평가받았는데 최근에는 갈수록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지난 26일 잠실NC전에서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두는 등 최근 6경기 퀄리티 스타트로 13경기 4승6패 평균자책점 3.83으로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반면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으로 큰 화제를 모은 SK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은 30경기 타율 2할8푼4리 27안타 6홈런 15타점에 그치고 있다. 잦은 부상 탓에 SK의 69경기 중 30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야구 관계자들은 "스캇은 뛰고 싶어하는 의지가 별로 없는 듯하다. 화려한 경력만 쫓을 게 아니라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가능성 있는 외국인선수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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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스-나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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