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기약 없는 조쉬 벨, 주키치처럼 2군 용병?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6.29 06: 14

벤자민 주키치의 전철을 밟는 것인가.
LG 내야수 조쉬 벨이 지난 26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LG 양상문 감독은 이를 두고 “벨이 떨어지는 변화구에 너무 무기력했다. 2군에서 변화구 대처 능력을 키우라고 전달했다”며 “훈련량이 부족하다. 지금 상황에서 경기에 내보내면 팀에 큰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벨의 2군행은 당연하다. 비록 홈런 10개로 LG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홈런을 치고 있으나, 홈런 외에 모든 타격지표가 떨어진다. 타율 2할6푼7리 OPS .778은 리그 외국인타자 중 최하위이자 LG서도 하위권이다. 특히 득점권 타율 2할2푼5리는 결정적 순간 한 방을 기대했던 코칭스태프의 기대와 상반된 모습이었다. 아무리 어깨가 강하고 송구 능력이 좋다고 해도, 7, 8번 타순에 배치된 외국인타자는 가치가 없다.

무엇보다 3루에 대체자원이 없는 게 아니다. 벨이 2군에 간 후 김용의가 두 차례, 백창수가 한 차례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김용의는 벨보다 주루 플레이에 능하고 수비 범위가 넓다. 백창수는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팀의 미래로 주목 받은, LG가 키워야할 신예 중 한 명이다. 여기에 3루가 주포지션인 채은성까지 생각하면, 벨의 2군행은 실보다 득이 많을 수 있다.
그러면서 벨은 2013시즌 주키치와 비슷한 처지가 됐다. 당시 주키치는 5월 13일, 6월 10일, 7월 9일, 8월 14일 네 차례 1군 엔트리서 제외된 후 시즌 끝까지 1군에 돌아오지 못했다. 시즌 초반에는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올린 경력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선발 등판마다 구위와 제구 모두 난조에 빠지며 조기 강판, 불펜진에 짐만 됐다. 토종 선발투수와 비교해 어느 부분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일찍이 LG 코칭스태프는 주키치 없이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팀 상황은 전혀 다르다. 2013시즌 LG 마운드는 주키치가 없어도 리그 상위권이었다. 시즌 중반부터 리즈 류제국 우규민 신정락 신재웅이 선발 로테이션을 형성하며 꾸준했다. 반대로 올 시즌 LG 타선은 리그 최하위권이다. 이례적인 타고투저 시즌 속에서 팀 타율(2할7푼5리), 팀 출루율(3할5푼5리), 팀 장타율(.393) 모두 최하위다. 팀 홈런 47개로, 42개의 한화보다 한 단계 높은 8위다. 장타를 쳐줄 수 있는 외국인 거포가 절실했으나, 이는 이뤄질 수 없는 소원이었다. 많은 팀들이 외국인타자를 향해 웃고 있지만, LG는 울고 있다.
그렇다고 급할 필요는 없다. 이미 교체 타이밍은 늦었다. 작년 이 시점에서 LG는 1위 삼성과 2.5경기차 3위였다. 그러나 지금은 4강권과 9.5경기차로 떨어진 8위다. 양상문 감독은 올스타브레이크를 기점으로 4강 도전 혹은 리빌딩을 선택한다고 했다. 이대로라면 후자로 갈 가능성, 벨이 LG의 미래 계획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양 감독은 이병규(7번) 채은성 김용의 등을 LG의 미래로 낙점, 이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고 있다.
결국 벨은 작년 주키치처럼 시즌 끝까지 2군에만 있다가 미국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지난겨울 LG가 벨에게 거액을 투자하지 않았다는 시선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100만 달러급은 아니지만, 리오단처럼 외국인선수 최저연봉 수준 역시 아니다. 벨이 LG에 오기 직전 LA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하면서 LG는 이적료까지 써서 벨을 데려왔다. 활약과 상관없이 연봉지급이 보장된 개런티 계약을 맺었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LG는 시즌 끝까지 벨을 보험용으로 잡고 있을 것이다. 작년에도 LG 구단은 팀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 주키치를 두고 “컨디션 회복 여부에 따라 1군에 올라올 수 있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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