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 "배우고 배우면 언젠간 진짜 배우 되겠죠?"[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4.06.29 10: 29

어느 시대에나 그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들은 존재한다. 1950년대 할리우드의 아이콘으로 마릴린 먼로가 떠올랐듯, 1980년대를 '마돈나'라는 아이콘이 들썩였듯, 모두를 흥분시키는 아이콘은 존재했다. 하지만 영원할 것만 같았던 아이콘은 '과거의 영광'으로 남고, 시대는 그 아이콘을 대체할 또 다른 누군가를 찾아 나선다.
요즘 충무로는 그 '대체 아이콘' 찾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충무로가 선택한 유망주들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상황. 배우 강하늘은 그중 한 명이다. SBS 드라마 '상속자들' 속 효신 선배로 여심을 흔들더니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엔젤아이즈'에선 단 2회밖에 출연하지 않았음에도, 엄청난 호평을 얻고 있다. 처음으로 영화 타이틀롤을 맡은 공포영화 '소녀괴담'도 개봉을 앞두고 있고 '쎄씨봉', '순수의 시대', '스물' 등 여러 작품도 대기 중이다.
'대세', '라이징스타' 등의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그는 하지만 이게 싫단다. 인기에 취해 높아진 어깨를 자랑할 법도 한데 어깨는 한없이 낮다. 심지어 더 많이 깨져봐야 한단다. 운이 좋아 여기까지 왔다는 그는 그저 느리게 가고 싶단다.

"그렇게 안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말들을 많이 듣지도 않지만요(웃음). 그런 말들은 잠깐이잖아요. 나는 나 자신대로 길게 가고, 길게 보고, 더 많이 깨져보기도 하고, 공부하면서 느릿느릿 가고 싶어요. 운이 좋아서 여기까지 온 걸요. 아직도 많이 혼나고 깨져야 되요(웃음)."
말은 이렇게 해도 속마음에는 인기에 대한 갈망이 있지 않을까 싶어 슬쩍슬쩍 찔러봤다. '솔직히'라는 수식어를 달며 물어보는 질문에도 강하늘의 대답은 변하지 않았다. 그에겐 인지도에 대한 욕심도, 주연에 대한 욕심도 없었다.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주연작' 보다 '좋은 작품'을 채우고 싶다고 했다. 때문에 이번 작품 '소녀괴담'이 첫 주연작이라서 가지는 부담도 없었단다. 한 번도 주연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으므로.
"정말이지 '주연작'이라는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렇게 생각하고 촬영한 적도 없고요. 연기자한테 중요한 건 필모그래피라고 생각해요. 누군가 나를 추억하면서 필모그래피를 찾아봤을 때 좋은 작품을 많이 했구나 생각이 들게끔 하고 싶어요. '주연을 많이 했네'가 중요한 게 아니라요. 게다가 '소녀괴담'은 다 같이 촬영하는 분위기여서 천만다행이었어요. 주연작, 이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고 하고 싶지도 않았죠. 인지도 욕심, 정말 없냐고요? 전혀 없어요. 운이 좋게 '상속자들'을 만나서 여기까지 올라온 거죠. 인지도를 쌓기 위해서 연기를 한다는 것이 나 자신을 갉아먹는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갈 길이 배우 강하늘에겐 더욱 중요할 터. 앞으로의 목표를 물으니 '진짜 배우'가 되는 것이란다. 진짜 배우라. 이미 연기자 생활을 하는 그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아직 단 한 번도 자신을 '배우'라고 소개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너무나 신기해서 "정말요?"를 재차 물었고 그는 "예전 영상들 다 찾아보셔도 좋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좌우명을 말해줬다. "배우고 배우면 배우 될 수 있다."
"한 역할 한 역할 하면서 배우는 것들, 얻는 것들을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할 거에요. 제 마지막 목표는 저를 소개할 때 '배우 강하늘'이라고 소개하는 거에요. 저는 아직도 저 자신을 배우라고 말해본 적이 없어요. 배우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요. 제 좌우명이 '배우고 배우면 배우 될 수 있다'는 거에요. 진짜 배우가 되려면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아마도 자신이 부족하다는 건 그 누구보다 자신이 더 잘 알 걸요. 작품 개수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남의 채찍질을 받으며 계속 도전하고 싶어요."
그런 점에서 '소녀괴담'은 그에게 도전이 될 듯하다. 처음으로 하는 공포 장르인 데다가 뻔한 공포 영화와는 또 다르다. 공포인데 사랑이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이 있던 찰나에 만난 이 작품에 강하늘은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새로웠단다. 그래서 열심히 했단다.
"공포 영화 시나리오라고 '소녀괴담'을 읽게 됐는데 공포 영화는 어느 정도 틀에 박혀있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저도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이 있었죠. 그런데 이 대본을 읽고 나서 두 가지 영화가 떠올랐어요. '늑대소년'과 '렛미인'이요. 공포 영화 대본을 읽었는데 말이에요(웃음). 이것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니 감독님이 그때 '감성공포'라는 장르를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감독님과의 신뢰가 생겼고 무엇보다도 시나리오에 새로움을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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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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