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드라마 '빅맨'이 호평 속 종영했다. 고아로 자라 밑바닥 인생을 살았던 한 남자가 재벌 그룹의 장남이라는 새 삶을 얻었지만, 그로 인해 다치고 부서지며 자신과 자신이 지켜야 할 소중한 사람을 위해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빅맨'은 이시대 진짜 리더의 자질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전작의 2%대 시청률, 경쟁작이던 '기황후'의 독주에 국가적인 참사로 인해 조용하게 출발했던 '빅맨'은 그런 국민의 우울감을 위로할 진정한 지도자의 자질을 다루면서 입소문을 탔고,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초반 시청률 6.0%에서 두 배가 넘는 12.6%를 기록, 1위로 퇴장했다.
이러한 드라마의 성공 그 가운데엔 매회 열정적인 에너지로 드라마를 이끌어 간 배우 강지환(37)이 있다. '강지환 원톱 드라마'라고 불릴 정도로 모든 상황이 그를 향해 쏠려 있는 가운데, 그는 자신을 향한 시청자의 기대를 조금도 배신하지 않고 대본의 빈틈까지 모두 메워버리는 장악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선장 또 선거 시기 등의 사회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우리가 필요하고 꿈꾸는 리더를 말했다는 것 자체가 많은 분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생각한다. 또 배우들 각자 캐릭터를 정말 잘 소화했다. 최다니엘이 지혁과 대립각을 잘 세워줘서 고맙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이다희는 첫 주연이라서 현장에 오면 열심히 해야겠다는 게 보인다. 끝 부분에 지혁과 동석 사이에 빠져 고민하는 모습이 잘 안 살아서 힘들어 하기도 했다. (정)소민이가 캐릭터를 잘 살려줬다. 후반으로 갈수록 자기주장을 펼치는 모습을 보이면서 사랑받았다."
강지환은 '빅맨'이 큰 사랑을 받은 이유로 내외부적인 요인을 줄줄이 꼽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강지환이 전작 '돈의 화신'에 이어 '빅맨'까지 비슷한 듯 전혀 다른 캐릭터로 극을 휘어잡으며 활기차게 살아 숨쉬는 캐릭터를 완성, 드라마의 성공을 이끌어낸 일등공신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빅맨'의 지혁은 자신이 나약한 것을 안다. 현성이라는 대기업에 맞섰을 때 도망가려 하기도 했고, 무기력했다. 그런데 주위사람들 지키기 위해 위가 아니라 앞에서 총대를 멨다. 지혁의 캐릭터에 순수함을 유지하려 했다. 회장이 돼서도 전혀 똑똑해지지 않은 이유 중에 하나도 그 순수함과 편안함이 익어가며 성공한 리더의 모습을 보이려 했기 때문이다. 이 시대가 필요한 것은 보스가 아닌 리더다. 위가 아닌 앞에서 끌고 나가는 그런 사람, 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작품이다."

강지환이 뜨거운 에너지로 끌고 나간 빠른 전개가 시청자의 손에 땀을 쥐게 했던 '빅맨'은 매회 호평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훈훈하게 흘러가는 스토리 속 전개의 디테일한 부분이 다소 약했다는 지적도 끊임없었다.
"처음에 복수극인줄 알았는데 점점 공익드라마로 흘러간 부분도 있다. 하하. 연기하는 배우들도 대본을 보고 '이건 아니지 않나' 싶은 부분이 있었다. 그럴 때는 현장에서 배우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애드리브로 장면을 완성해나갔다. 특히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장면이 지혁이 배 위에서 칼을 맞고 물에 떠내려간 장면이다. 그런데 시기상 많은 부분이 생략됐고, 정신병원에서 발견되는 모습으로 흐름이 튀면서 약점이 생겼다. 솔직히 말해서 그냥 잘 넘어갔으면 좋겠다 싶었다. 부족했던 부분은 충분히 알고 있다. 그래도 '빅맨'이 이야기 하고자 했던 밝은 스토리는 변함 없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강지환은 이번 작품으로 '주인공 욕심'을 버렸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예전에는 당연히 주인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품의 결과는 좋아도 그 안에서 스트레스는 말도 못한다. 이번에 다른 배우들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대본을 외우다가 차 안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봤는데, '좋아하는 일을 왜 이렇게 힘들게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의 선봉에서 비바람을 맞는 것도 좋지만, 한 발 물러서 캐릭터로 작품에 이바지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런 여유가 이번에 처음 생겼다."

이는 소속사 분쟁을 거듭 겪으면서 안타까운 시간을 보내야 했던 그였기에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말이었다. 분쟁에 휘말리면서 타의로 연기를 쉴 수밖에 없던 강지환은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으로 말보다 연기라는 정공법을 택했고, 매 작품 혼신의 연기를 보인 강지환은 시청자에 큰 감동을 선사 중이다.
"원치 않았던 루머 때문에 안타까운 시간을 보냈을 때, 그때 내가 생각한 것은 돌아갈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는 '배우는 연기로 승부하자, 정공법으로 가자'는 거였다. '캐릭터로 기억이 되자'는 생각이었다. 그걸로 우뚝 서고 싶었다. '돈의 화신', '빅맨'에 최선을 다할 수 있던건 그런 시련이 있어서다. 좋은 결과를 얻었다."
연기를 못 하는 상황에서 강지환에 힘을 줬던 원동력은 당연히 팬이라고. 강지환은 그를 지켜봐 준 팬들에게 애틋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전혀 도움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도망갈 곳밖에 없었다. '일을 그만둘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때마다 팬들이 도와줬다. 내 편을 들어주는 글을 보면서 힘을 냈다. 팬들이 1번이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과 흥행을 하고 싶다. 나는 시청률에 연연하는 상업 배우다. 당연히 흥행성과 작품성 두마리 토끼를 잡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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