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 "나도 모르게 세리머니, 미안하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6.30 06: 21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26)의 화두는 장타력이다. 단지 많은 안타를 치는 선수가 아니라 장타까지 겸비하는 것이 손아섭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래서였을까. 손아섭은 2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홈런포를 가동하고 양손을 번쩍 들었다. 6-0으로 앞서가던 5회말 손아섭은 NC 선발 찰리 쉬렉의 초구를 공략, 비거리 125m짜리 우중간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이미 점수차가 어느정도 벌어진 상황이었지만 손아섭은 공을 치는 순간 홈런을 직감하고는 양손을 머리위로 번쩍 올렸다. 1루로 뛰어가면서는 더그아웃에 있는 동료들을 향해 '보았느냐'라는 듯 손가락으로 세리머니를 했고, 1루에서 2루로 향할 때에도 계속해서 주먹을 불끈 쥐고 홈런의 여운을 즐겼다. 홈을 밟았을 때 손아섭은 포효를 하면서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원래부터 적극적으로 감정표현을 하는 손아섭이지만, 홈런을 치고 나서 이토록 좋아하는 건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이날 손아섭의 모습은 마치 9회말 끝내기 홈런을 친 선수와도 같았다. 그가 이토록 좋아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경기 후 만난 손아섭은 "치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세리머니가 나왔다"면서 "쳤을 때는 기분이 좋아서 했는데 점수 차가 좀 났기 때문에 나중에는 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손아섭의 홈런포는 6월 11일 LG전 이후 12경기 만에 터졌다. 기다렸던 홈런인데다가 거함 찰리를 무너뜨리는 한 방이었기에 손아섭의 기쁨은 더했을 것이다. 게다가 손아섭은 찰리를 상대로 이 타석 전까지 14타수 2안타로 유독 약했다.
29일 NC전에서 손아섭의 타격성적은 4타수 1안타. 안타 하나가 홈런이었다. 그는 "홈런 1개와 안타 2개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3안타와 홈런중에 선택하라고 한다면 안타 3개를 고를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은 홈런을 치고 난 뒤 환호하며 더그아웃에 돌아왔는데, 정작 동료들의 반응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시즌 첫 시리즈 싹쓸이를 앞두고도 롯데 선수단은 크게 좋아하지도, 긴장을 풀지도 않았다. 손아섭은 "지금 5연승을 하고 있다고 해서 팀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았다. 평소와 똑같이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주말 3연전에서 손아섭은 홈런 포함 12타수 3안타를 기록하면서 타율이 3할6푼7리(270타수 99안타)로 조금 떨어졌다. 홈런은 7개, 43타점을 기록 중이다. 결정적인 홈런을 날렸지만 타율이 약간 내려가면서 손아섭의 타격 순위는 4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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