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정도전’의 연기 지존, 조재현-유동근은 사랑입니다
OSEN 오민희 기자
발행 2014.06.30 07: 12

사극 연기는 쉽지 않다. 일단 대사가 방대한데다, 호흡과 발성이 현대극과 다르기 때문이다. 시대상을 살린 분장이 필수이다 보니 준비하는 시간 또한 상당하다. 어설프게 준비했다간 시간과 노력을 공들여 촬영했음에도 연기력 혹평을 받기 십상이다. 그만큼 사극 연기엔 남다른 내공이 필요하다. 이렇다보니 ‘사극 공포증’을 호소하는 배우도 더러 있다.
그러나 조재현과 유동근의 연기에는 이 같은 공포가 보이지 않는다. 맞춤옷을 입은 듯 너무도 자연스럽다. KBS 1TV 대하드라마 '정도전'(극본 정현민, 연출 강병택 이재훈)에서 정도전, 이성계를 연기한 두 사람은 괴물 같은 연기력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역사 속 인물에 빙의된 듯한 두 사람의 호연은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 정도였다.
지난 29일 방송된 KBS 1TV 대하드라마 '정도전'(극본 정현민, 연출 강병택 이재훈) 최종회에는 정도전(조재현 분)과 이성계(유동근 분)의 최후가 전파를 탔다. 정도전은 이방원(안재모 분)의 손에 의연한 죽음을 맞았고, 이성계는 정도전의 죽음에 애끊는 울음을 토해냈다.

이날 이방원은 “이제부터 사냥을 시작한다”라고 공언하며 왕자의 난을 알렸다. 이방원이 일으킨 ‘제 1차 왕자의 난’은 1398년 왕위 계승권을 둘러싸고 일어난 왕자간의 싸움. 하륜(이광기 분)의 합류로 승기를 잡은 이방원 일파는 자신들과 대립했던 남은(이대호 분)과 세자 방석의 장인, 정도전의 아들들 등을 차례로 죽인 후 정도전에게 칼을 겨눴다.
이방원은 정도전과의 마지막 독대에서 자신의 신하가 되라고 회유했지만, 정도전은 “임금은 이 씨가 물려받았지만 재상은 능력만 있다면 성씨에 구애받지 않는다. 이 나라 모든 성씨를 합쳐서 뭐라고 하는지 아느냐. 백성이다. 왕은 하늘이 내리지만 재상은 백성이 낸다. 해서 재상이 다스리는 나라는 왕이 다스리는 나라보다 백성에게 더 가깝고, 더 이롭고 더 안전한 것이다”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이에 강력한 군왕정치를 추구하는 이방원은 이 나라의 주인은 군왕이라고 반박했지만, 정도전은 “틀렸다. 나라의 주인은 백성이다”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임금은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자신의 정치 철학을 지키며 의연한 죽음을 맞은 정도전은 정몽주(임호 분)와의 재회에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전하며 눈을 감았다.
정도전의 사망 소식에 병상에 있던 이성계(유동근 분)는 참담함을 금치 못했다. 그는 정도전의 피가 묻어있는 이방원(안재모 분)의 칼을 손으로 쥔 후, 정도전과의 과거를 회상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여기에 이성계는 정도전의 피가 묻은 얼굴로, 군주가 되기 위해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방원에게 날카로운 일갈을 가했다.
이렇게 조재현과 유동근은 시청자의 마음을 꿰뚫은 일갈로 시청자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조재현은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로 정도전의 부침 많은 정치인생을 생생하게 표현, 정도전을 재조명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유동근 또한 마지막까지 선 굵은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의 신’임을 입증했다.
한편 '정도전' 후속으로는 유성룡을 주인공으로 다루는 '징비록(가제)'이 낙점됐다. 2015년 1월 방송 예정.
minhee@osen.co.kr
'정도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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