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원년부터 출범한 삼성은 웬만한 개인 타이틀 홀더 모두 배출했다. 그런데 유일하게 지금껏 한 번도 타이틀 홀더가 나오지 않은 분야가 있으니 바로 도루다. 지난해까지 무려 32년 동안 도루왕이 없었다.
올해 삼성 창단 첫 도루왕에 도전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부동의 주전 유격수 김상수(24)가 주인공이다. 30일 현재 김상수는 도루 31개를 성공, 이 부문 2위 서건창(넥센·29개)을 제치고 당당히 전체 1위에 올라있다. 2010년 기록한 개인 한 시즌 최다 30도루를 넘어 이미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김상수는 "올해 30도루를 목표로 했다. 생각보다 빨리 목표한 개수를 해냈다"며 "김평호 주루코치님 덕분이다. 영업비밀이라 자세하게는 말할 수 없지만 코치님께서 분석을 많이 해주셔 나갈 때마다 많이 뛰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3년 만에 삼성으로 돌아온 김평호 코치의 조언 속에 도루 타이밍을 잘 잡고 있다.

주전 유격수로 도루까지 많이 하고 있으니 체력적으로 지칠 법도 하지만 김상수는 여전히 젊다. 그는 "지금은 체력적으로 문제없다. 아픈 데도 없다"며 "도루 개수보다 성공률을 높이고 싶다. 가만 있어도 되는 상황에서 굳이 도루하다 실패하면 방해가 된다. 도루 성공률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수는 올해 31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는 동안 실패가 3개 뿐이다. 도루성공률이 무려 91.2%. 20도루 이상 성공한 선수 중에서 오재원(두산·91.7%)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김상수는 "도루를 할수록 자신감이 생긴다. 내가 나가서 도루하면 1번 나바로로 연결돼 득점 확률도 높아진다"고 긍정적 효과를 설명했다. 실제로 김상수의 득점은 42점으로 2012년 개인 한 시즌 최다 64득점을 넘어설 게 확실시된다.
김상수의 도루를 바라보는 류중일 삼성 감독의 심정은 조마조마하다. 류 감독은 "도루를 하는 건 좋지만 부상을 당할까 걱정이다"고 했다. 김상수도 잘 알고 있다.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작년에도 느꼈지만 다치면 안 된다. 쉽지 않지만 안 다치게끔 조심스럽게 슬라이딩하려 한다"는 게 김상수의 말이다.
아직 삼성에서 도루왕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김상수는 "정말인가. 몰랐다"며 "그동안 대포 군단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웃었다. 팀 최초의 도루왕에 도전하지만 기록에는 큰 의식하지 않는다. 그는 "아직은 도루왕을 말할 시기가 아니다. 특별히 경쟁자들을 의식하거나 그러지 않고 내 것을 하려 한다"며 "상대도 초반보다는 견제를 많이 한다. 갈수록 도루하기가 쉽지 않을 듯 것 같지만 자신감이 생긴 만큼 최대한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단순히 도루만 잘 하는 게 아니다. 김상수는 올해 삼성의 67경기 모두 빠짐없이 나와 타율 2할9푼 65안타 3홈런 36타점 호성적을 내고 있다. 수비도 흠잡을 데 없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578⅔이닝 동안 유격수를 보며 실책이 5개로 500이닝 이상 뛴 유격수 중에서 김재호(두산)와 함께 최소. 김상수는 김재호도 71⅔이닝을 더 뛰었다. 공수주 삼박자를 두루 갖춘 그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도 매우 유력하다. 도루 1위 행진은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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