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그리스] '드라마 그리스' 승부차기 신은 외출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6.30 08: 00

그리스가 보여준 이번 월드컵의 경기력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을지 모른다. 공격과 골을 선호하는 브라질 국민들에게는 어쩌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축구였다. 결국 브라질 땅에서는 신의 가호를 받지 못했다.
그리스는 30일(이하 한국시간) 헤시피의 아레나 페르남부쿠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지며 16강에서 탈락했다. 지난 두 차례의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맛봤던 그리스는 극적으로 16강에 합류했지만 더 이상 나아가지는 못했다. 신전의 신들이 만들어준 듯한 드라마는 승부차기의 신이 잠시 외출함으로써 허무하게 끝났다.
후반 7분 브라이언 루이스에게 선제골을 허용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그리스의 기초 공격력을 생각하면 득점 가능성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그런데 후반 21분 상대 중앙 수비수 두아르테가 경고 2회로 퇴장 당하면서 전세가 그리스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기어이 후반 종료 직전 파파스타도풀로스가 동점골을 잡아내며 경기를 연장으로 몰고갔다. 하지만 연장에서 찾아온 몇 차례 기회를 놓친 것이 화근이었다.

그리스는 지난 두 차례의 월드컵 6경기에서 득점을 터뜨린 경기가 딱 한 경기였다. 이번 월드컵도 공격력 부재는 이어졌다. 전반적으로 수비 조직력에 초점을 둔 전술에 걸출한 공격수도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콜롬비아,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무득점이었다. 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에서 2골을 넣었으나 하나는 수비 실책, 하나는 페널티킥이었다. 제대로 된 필드골이 없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전반 36분경 토로시디스의 기회를 제외하면 아주 깔끔한 공격 작업이 없었다. 전방의 사마라스는 템포가 끊겼고 미트르글루와 게카스는 결정력이 부족했다. 겨우 동점골을 만들기는 했지만 연장에서는 120분 내에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기회를 여러 차례 놓쳤다. 1명이 부족한 코스타리카를 압도했지만 카라구니스가 한 번, 미트로글루가 한 번씩 결정적 기회를 놓치며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차 버렸다.
‘안티 풋볼’이라는 말을 듣지만 그리스는 그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대회 트로피를 들어올린 기억이 있다. 바로 유로2004였다. 당시 그리스를 우승후보로 지목한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자국민조차 우승을 기대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대제’ 오토 레하겔의 철저한 수비 및 역습 축구로 무장한 그리스는 토너먼트 세 경기를 모두 1-0으로 이기며 정상에 섰다.
당시 경기를 떠올리면 역시 그리스가 주도권을 잡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프랑스, 체코, 포르투갈이라는 팀들이 모두 그리스의 방패를 뚫어내지 못했고 세트-피스, 역습 상황에서의 크로스 등 그리스의 ‘필살기’를 막아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는 그런 필살기가 없었다. 상대를 단칼에 베는 힘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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