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세이브' 골키퍼, 한국과 세계 축구의 분명한 격차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06.30 13: 01

한국 축구와 세계 축구의 결정적 차이 중 하나는 골키퍼였다.
코스타리카는 30일 새벽 5시(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헤시피 아레나 페르남부쿠에서 벌어진 2014 브라질월드컵 16강전서 120분간의 연장혈투 끝에 그리스와 1-1로 비겼다. 코스타리카는 승부차기서 5-3으로 이기며 기나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코스타리카의 수호신 케일러 나바스(28, 레반테)였다. 코스타리카의 수적 열세 속 신들린 듯한 선방을 수 차례 선보였다. 승부차기서도 그리스의 4번째 키커 게카스의 슛을 막아내며 8강행을 이끌었다. 경기 후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도 그의 몫이었다.
멕시코의 수문장 기예르모 오초아(29, 아작시오)도 한없이 빛났다. 멕시코는 이날 브라질 포르탈레자의 에스타디오 카스텔라오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16강전서 네덜란드에 1-2로 역전패했다. 하지만 뼈아픈 패배에도 오초아의 선방 퍼레이드는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FIFA도 오초아를 MOM으로 선정하며 이례적으로 패한 팀에서 최우수선수를 꼽았다.

전날엔 브라질의 베테랑 골키퍼 줄리우 세사르(35, 토론토)가 16강전서 조국을 구해냈다. 칠레와 승부차기서 1, 2번 키커의 슛을 모두 막아내며 8강행의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이탈리아는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삼켰지만 백전 노장 잔루이지 부폰(36, 유벤투스)은 슈퍼세이브로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한국으로선 부러울 따름이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대회에 정성룡(29, 수원 삼성)을 중용했지만 성과를 보지 못했다. 정성룡은 알제리전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며 No.1 골키퍼의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벨기에전에 출격한 김승규(24, 울산 현대)는 월드컵 첫 경기서 무한한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0-1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결정적인 순간 슈퍼세이브는 선보이지 못하면서 2% 아쉬움을 남긴 셈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골키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 새삼 각인됐다. 골키퍼 수준이 한국과 세계 축구의 결정적인 차이 중 하나라는 것도 확인됐다. 이제 한국 축구에 남은 것은 세계적인 무대에서도 슈퍼세이브가 가능한 골키퍼의 발굴이다.
한국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서 이운재(41)의 기막힌 선방쇼를 보았다. 당시 한국은 이운재의 든든한 방어에 힘입어 4강 신화를 달성할 수 있었다. 12년 전 영광 재현을 위해서라도 골키퍼의 발굴이 시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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