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정통 사극 ‘정도전’의 성공은 퓨전 사극 일색의 안방극장의 흐름을 뒤바꿀 수 있을까. 빠른 전개와 조선 시대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우리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로 정통 사극은 고루하다는 시선을 날려버린 ‘정도전’이 안방극장 사극 시청자들에게 묻는다.
지난 29일 종영한 ‘정도전’은 이성계와 함께 조선 건국의 대업을 달성한 정도전의 삶고 사상을 다룬 드라마. 역사에 가상의 이야기를 접목한 퓨전 사극과 달리 역사책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사실적인 이야기를 내세웠다.
‘용의 눈물’, ‘태조왕건’, ‘대왕세종’ 등으로 이어져오는 정통 사극은 2010년대 들어 주춤했다. 자유롭게 변주가 가능한 퓨전 사극이 인기를 끌면서 정통 사극은 낡은 구닥다리라는 오해 속에 시들시들해졌다. 이 가운데 한국인이 좋아하는 왕의 이야기가 아닌 정도전이라는 신하를 다룬 ‘정도전’의 출발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퓨전 사극보다 빠르고 흥미로운 전개,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 조선을 배경으로 하나 우리 현실과의 빼닮은 접점은 이 드라마를 젊은 시청자들도 보는 ‘트렌디한 사극’으로 올려놨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내도 접근 방식의 다변화,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캐릭터의 향연, 그리고 제작진이 역사적 사실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드라마의 재미가 확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정도전’의 인기는 정통 사극 부활의 신호탄이 됐다. 정통 사극이 안방극장에 만드는 울림에 이미 시청자들의 마음이 빼앗겼기 때문. 최근 들어 MBC ‘기황후’를 제외하고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퓨전 사극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신 것도 정통 사극이 앞으로 시청자들을 자주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예감하게 하고 있다.
한편 ‘정도전’은 마지막 회에서 조선 건국의 꿈을 이룬 정도전(조재현 분)이 신권 강화에 매달리다가 결국 이방원(안재모 분)에게 죽임을 당하는 이야기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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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