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말리는 승부차기, 그 잔인함의 월드컵 역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6.30 17: 52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대미를 장식할 토너먼트가 막을 올렸다. 그런데 16강부터 혈투가 이어지고 있다. 쉽게 이긴 팀이 별로 없다. 자연히 선수들과 팬들의 피를 말리는 승부차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16강 첫 경기부터 승부차기가 나왔다. 29일(이하 한국시간) 개최국 브라질이 칠레의 거센 저항에 밀려 고전한 끝에 승부차기로 간신히 8강행 티켓을 따냈다. 30일에도 코스타리카와 그리스의 16강전 승자가 승부차기로 결정됐다. 토너먼트 4경기에서 승부차기로 2경기 승패가 갈렸다. 초장부터 승부차기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0년 남아공 대회 때는 딱 2경기가 승부차기로 돌입했다. 토너먼트의 사다리를 올라갈수록 전력이 비슷한 팀들끼리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고 90분과 120분 내에 승부를 가리지 못할 확률은 더 높아진다. 이를 고려하면 가장 많은 승부차기가 나왔던 1990년과 2006년(4차례)의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무리는 아니다. 사실 선수들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이다.

수많은 스타들이 승부차기에서 울었던 역사도 기록에 남아 있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아르헨티나와 유고슬라비아와의 경기에서는 드라간 스토이코비치와 디에고 마라도나라는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 나란히 실축을 했었다. 1994년 미국 대회 때는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의 두 영웅이었던 프랑코 바레시와 로베르토 바지오가 실축을 하며 우승컵이 브라질로 넘어갔다.
2006년 독일 대회 8강에서는 소속팀에서 귀신같이 페널티킥을 잘 찼던 프랑크 램파드와 스티븐 제라드가 모두 고개를 숙이며 잉글랜드가 탈락했다. 대회 결승전에서는 유로2000의 영웅 다비드 트레제게가 실축을 하며 프랑스는 이탈리아에 패했다. 스타라고 해도 모두 잘 차는 것은 아니라는 걸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기억이다.
실제 2010년 남아공 대회까지 페널티킥 성공률은 81%였다. 각국에서 페널티킥을 가장 잘 찬다는 선수들이 모두 모여 있으니 리그보다는 전반적으로 성공률이 높다. 그러나 승부차기의 성공률은 71.3%로 뚝 떨어졌다. 10%가 깎이는 셈이다. 여기에 ‘실패는 곧 패배’가 될 수 있는 6번째 키커부터는 64%로 떨어진다. 아무래도 잘 차는 선수들을 앞쪽에 배치하는 원인도 있겠지만 그만큼 심리적인 압박감이 성공률에 영향을 준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승부차기의 월드컵 최강국은 독일(서독 포함)이었다. 1982년(프랑스), 1986년(멕시코), 1990년(잉글랜드), 2006년(아르헨티나)까지 4번을 겨뤄 모두 이겼다. 아르헨티나가 3승1패로 2위고 브라질(3승1패)이 이번 대회 칠레와의 경기 승리로 3연승과 함께 공동 2위로 올라섰다. 반면 이탈리아는 1승3패를 기록했는데 그 1승이 2006년 월드컵 결승전이었고, 잉글랜드는 3번(1990, 1998, 2006) 차서 모두 졌다. 잉글랜드 팬들은 승부차기라면 눈을 질끈 감아버릴 정도다.
사실 페널티킥은 얼마나 잘 막느냐의 싸움이 아니다. 얼마나 잘 차느냐의 싸움이다. 슈팅이 아주 날카롭지 않아도 구석만 노리고 차면 골키퍼로서는 막을 수 있는 도리가 없다.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바다. 그러나 모든 키커들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압박감 때문인데 그 작은 차이에서 승부차기 승패는 갈린다.
독일의 사례로도 증명해볼 수 있다. 독일은 키커들이 귀신같이 승부차기를 성공시키곤 했다. 1982년 울리 슈틸리케가 프랑스와의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이래 모든 선수들이 실패를 하지 않았다. 나머지 세 번의 승부차기에서는 한 번에 4명씩이 나서 12명 모두가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못 막아도 욕을 할 사람이 없는 골키퍼보다는 넣어야 본전인 키커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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