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선수 보강’ 장기적인 계획 필요하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7.01 06: 29

세계농구에서 귀화선수 영입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이제 장기적인 관점의 계획이 필요하다.
지난 5월 농구국가대표팀 운영위원회(이하 국대위)는 인천 아시안게임을 위해 애런 헤인즈(33, SK)의 귀화를 추진하던 계획을 백지화했다. 헤인즈가 특별법으로 귀화를 하더라도 인천 아시안게임에 뛸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기 때문이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규정 50조 2항에 따르면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수 있는 선수는 자신이 대표하는 국가의 국민 또는 시민인 자로서 그곳에서 3년 이상 계속 거주한 자로 한정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대한농구협회가 졸속행정으로 귀화를 추진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방열 대한농구협회장은 30일 진천선수촌을 방문해 남자농구대표팀을 격려했다. 귀화선수 영입 불발에 대해 방 회장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이 끝난 뒤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 때부터 (귀화선수 영입을) 추진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선교 총재와 공조가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프로농구 시즌이 시작하면서 일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시즌이 끝난 4월부터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해명했다. 결국 대한농구협회와 프로농구연맹(KBL)이 제대로 협력체재를 구축하지 못하며 발목을 잡힌 셈이다.
방 회장은 “대한농구협회가 OCA의 규정을 몰랐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규정을 알고 있었다. 총 3년 이상 거주로 해석할 수도 있었다. ‘Residence’라는 의미가 모호해 OCA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3년 연속 거주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재학 감독은 이번 농구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 문태종(39, LG)을 데리고 갈 계획이다. 우리나라 나이로 불혹인 문태종은 사실상 마지막 출전이다. 다음 국제대회부터 데리고 갈 귀화선수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4년 뒤 아시안게임에 귀화선수를 출전시키려면 지금부터 작업을 해야 가능하다. 장기적 계획이 필요한 이유다.
일본은 귀화선수 영입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일본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카메룬출신 흑인선수 사카모토 디예(28, 미쓰비시)는 이미 15~16세부터 일본에서 거주해왔다. 206cm의 디예는 흑인특유의 엄청난 탄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30일 한국과의 평가전에서는 출전하지 않았다.
일본에는 이와 비슷한 경우의 선수들이 많다. 청소년시절 조기에 일본시민권을 획득한 선수는 귀화선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 일본문화에 익숙해 기존 일본선수들과 어울리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앞으로 일본은 이런 선수들을 대거 발탁해 3~4명의 흑인선수를 동시에 국가대표로 뛰게 할 가능성이 있다. 유재학 감독은 “앞으로 귀화선수 때문에 한국농구가 일본에 따라잡힐 날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장의 성적을 위한 귀화선수 영입 시도는 많은 부작용을 초래했다. 짧은 시간에 적당한 선수를 구하기도 어려웠고, 막대한 예산지출이 뒤따라야했다. 결국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귀화선수 영입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1일 김영기 총재 체재로 새롭게 출발하는 KBL은 귀화선수 문제를 두고 대한농구협회와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jasonseo34@osen.co.kr
애런 헤인즈 / 일본 귀화선수 사카모토 디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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