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 들어 가장 빛나는 포지션 중 하나가 바로 골키퍼다. 수많은 골키퍼들이 선방쇼로 자신의 이름을 드높였다. 그런데 독일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28, 바이에른 뮌헨)는 다른 방법으로 팀에 공헌했다. 골키퍼가 아닌 마치 스위퍼같았다. 아슬아슬했지만 어쨌든 임무는 성공적이었다.
독일은 1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의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우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와의 16강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어려운 경기를 펼친 가운데 2-1로 이겼다. 연장 전반 2분 쉬얼레가 기회를 살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결국 알제리는 앞으로 나와야 했고 독일은 경기 종료 직전 외질이 추가골을 넣으며 한숨을 내쉬웠다.
고전이라기보다는 졸전에 가까웠다. 독일은 알제리의 밀집수비, 그리고 빠른 역습에 시종일관 고전했다. 빠른 공수 전환을 바탕으로 독일의 공격을 차단함은 물론 공격 때는 엄청난 속도로 독일의 발 느린 포백을 공략했다. 사실 예상된 전술이기는 했지만 그 완성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독일도 이에 대비해 포백 라인을 높게 끌어올렸다. 알제리를 가둬놓고 경기를 하겠다는 의미였다. 이는 오프사이드 라인이 올라온다는 것을 의미했다. 포백이 전원 센터백으로 발이 느린 독일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전술적 선택이었다. 알제리로서는 역습 상황에서 상대의 오프사이드 라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오프사이드 트랩이 항상 성공할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노이어 골키퍼의 몫이 중요했다.
넘치는 에너지를 자랑하는 노이어는 현존하는 골키퍼 중 가장 활동범위가 넓은 골키퍼다. 스스로도 공격적인 플레이를 즐긴다. 지나치게 커버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있어 벤치가 자제를 시킬 정도다. 큰 경기에서는 스스로도 이런 모습을 지양하며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날은 어쩔 수가 없었다. 포백이 올라간 만큼 생기는 공간은 노이어가 처리를 해야 했다. 뢰브 감독도 노이어의 이런 능력을 믿고 사실상 ‘스위퍼’의 중책을 맡겼다.
아슬아슬했다. 알제리 공격수들이 뒷공간을 향해 돌진할 때마다 노이어는 과감하게 골문을 비우고 나왔다. 전반에 세 차례, 그리고 후반에도 두 차례 과감하게 나와 볼을 처리했다. 후반 43분 패스 미스에 의해 페굴리에게 결정적인 찬스가 났지만 미리 예상하고 뛰어나온 노이어가 결정적인 클리어링을 해냈다. 만약 나오지 않았다면 그대로 일대일 찬스였다. 독일이 조기에 탈락할 수도 있었던 위험천만한 장면을 노이어가 사전에 방지했다.
물론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나온다는 점은 항상 불안요소가 존재한다. 그러나 어쨌든 결과적으로 노이어 골키퍼는 볼을 안전하게 걷어냄으로써 어쩔 수 없는 경기 양상에서 맡은 자신의 또 하나 임무를 수행했다. 최근 변해가고 있는 골키퍼의 진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는 몸놀림이기도 했다.
한편으로서는 자신의 공격성을 유감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알제리가 공격에 나설 때는 그 자체가 독일의 기회였다. 상대 수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노이어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공을 잡았을 때는 지체 없이 전방으로 볼을 연결했다. 후반 초반 전방으로 홀로 뛰던 쉬얼레에게 롱킥을 연결한 것이 대표적이었다. 노이어는 기본적인 방어 능력은 물론 오른발 롱킥의 정확도와 엄청난 던지기 비거리를 자랑하는 골키퍼이기도 하다. 왜 노이어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골키퍼 중 하나인지를 잘 보여주는 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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