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월드컵 극복하는 ‘힐링’의 위로 필살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7.01 07: 11

소치 동계 올림픽 때와 같은 화려한 게스트는 없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2년 만에 월드컵 32강에서 단 한 번의 승리도 이뤄내지 못했고, 그에 따라 특종을 위해(?) 브라질까지 따라간 토크쇼의 노력이 무색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특유의 필살기를 발휘했다. 공감어린 내용으로 분량을 채우며 월드컵으로 인해 실망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지난 30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에서는 각자의 장·단점을 적어 서로의 앞에서 읽어내는 7인의 힐링전사 (이경규, 김제동, 성유리, 강부자, 김민종, 김수로, 이운재)의 모습이 방송을 탔다.
7명의 힐링전사들은 멋쩍은 듯하면서도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술술 읊어내 웃음을 줬다. 김수로는 자신의 장점에 대해 “고등학교 선생님도 항상 말씀하셨던 것인데 성실함이다, 우리 엄마도 인정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해 50년 연기 인생을 해 온 강부자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고 이경규는 “내 단점을 착하다고 썼다가 지웠다”라고 말해 성유리로부터 “그건 아니다. 잘 지우셨다”는 돌직구를 듣는 식이었다.

조금 더 솔직하고 구체적인 고백들도 이어졌다. 이운재 전 축구 국가대표선수는 자신의 장점을 ‘친화력’으로 꼽으며 “아줌마 같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 덧붙여 웃음을 줬다. 그는 또 단점에 대해 “사회적응력이 부족하다”, “축구 할 때 웃으면서 경기를 할 수 없다, '안 되잖아?' 사회생활 하면서 나를 보실 때 ‘무섭다’, ‘차갑다’는 말을 많이 하시더라. 오늘 이 시간을 빌어 말씀드리겠다. 화나지 않았고 웃고 있다. 좋게 봐 달라”라고 특유의 강한 인상을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해명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눈썹 문신 사실과 이마 시술을 솔직하게 고백해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강한 인상을 완화하기 위해 아내의 권유로 여러 시술을 받게 됐다는 것. “눈썹은 내 것이 아니다, 시술을 받았다”며 “아내의 권유도 있고 안 아프더라”라고 너스레를 떠는 전직 국가대표선수의 모습이 웃음을 줬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MC들을 향해 날아 온 가족들의 감동 편지였다. MC 이경규는 딸 예림 양의 갑작스런 편지에 눈물까지 글썽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월드컵을 6회 연속 보는 건 부럽고 대단한 일이다. 하루하루 월드컵 짐 가방에 챙겨가는 약봉지 수가 늘어나는 걸 보면 한편으로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며 "고등학교 때 아빠가 학교에 데려다 주는데 뒷 자석에서 대본을 발견했다. 나는 아빠가 MC를 맡고 쉽게 해 오는 줄 알았는데 대본 한 줄 한 줄에 형광펜으로 밑줄 긋고 필기를 해놓고 누구보다 고민한 흔적이 많은 대본을 보면서 존경스럽다 싶고 소름 돋았다. 사랑합니다“라는 딸 예림 양의 편지에 놀랐다.
부끄러운 듯 별다른 감정 표현을 하지 않던 그는 이어 "아빠가 갑자기 편지를 받고 찡하다. 딸에게 편지 받는 게 짧게는 두 번이고 길게는 처음이라 깜짝 놀랐다. 좋은 분들과 잘 지내고 있으니 한국에 돌아가서 아빠와 영화를 함께 보자. 사랑해"라고 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감동을 줬다.
김제동 어머니의 영상 편지는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김제동의 어머니는 영상 편지에서 “아들을 향기가 그립다. 엄마한테 섭섭한 거 많은 거 안다. 예전에 너를 메주라고 감추고 그랬는데 마음에 걸렸다. 사과한다. 용서해라”라고 아들에게 사과했다.
“살면서 생각해보니 우리 아들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싶었다. 외로웠지, 많이 울었지?”, “제동아 떨어져 있지만 엄만 아들과 함께 한다. 우리 아들 사랑한다. 세상이 다 죽어도 바꿀 수 없는 아들. 나는 언제나 네 편이다”라는 어머니의 진심어린 편지는 그 자리에 모인 게스트들 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할만했다.  
이처럼 고전을 면치 못한 월드컵 성적에 대처하는 '힐링캠프'의 방법은 공감과 위로였다.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과 월드컵 16강 진출을 기뻐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끝내 다음을 기약하게 됐지만 보편적인 감동으로 아쉬움을 위로했다. "게임은 어느 쪽이 지고, 이고 이길 수 있다. 지면 선수들 질타하고 욕하고 이기면 환호하고 칭찬한다. 그러나 누구든 질 수 있고 이길 수 있다. 너무 고개 떨구지 마라. 졌을 때 껴안고 위로해주는 국민이 돼자"는 강부자의 마지막 한 마디가 이날 방송의 성격을 말해주는 결정적인 한 마디였다.  
eujenej@osen.co.kr
'힐링캠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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