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이 ‘미드’급을 완성도를 추진하는(?) 요즘 드라마들의 추세와는 전혀 다른 노선을 택하고 있다. 트로트라는 소재도 소재지만, 드라마에서 풍겨 나오는 특유의 B급 정서와 엉뚱한 발상들을 보고 있으면 신선함을 느끼는 동시 과연 시청자들에게 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30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트로트의 연인'(극본 오선형 강윤경 연출 이재상 이은진)에서는 최춘희(정은지 분)에게 무릎을 꿇은 채 그를 가수로 키워주겠다고 말하는 장준현(지현우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최춘희와 장준현은 각자 삶의 위기를 맞이했다. 최춘희는 오디션에서 떨어졌고, 빚을 지고 도망친 아버지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장준현으로 인해 좋은 기획사에 들어갈 기회도 놓쳐버리고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밤무대 업소 사장으로부터는 월급보다 더 많은 청구서를 받으며 룸에서 노래를 해보라는 제안을 받기까지 했다.

장준현의 인생 역시 비극의 끝을 달렸다. 최춘희를 싸구려 기획사에 팔아넘긴 그는 자신의 과거 소속사에 갔다가 폭행죄로 고소를 당했다. 사장이 일부러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시나리오를 짰고, 자신이 거기에 걸려 넘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성질을 부리다 경찰서로 연행된 것. 삶의 희망을 잃은 그는 눈앞에 있는 경찰의 총으로 자살을 하려다 최춘희의 노래를 듣고 위로를 받았고, 그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봤다.
이어 경찰서를 나온 장준현이 향한 곳은 조근우(신성록 분)의 사무실. 그는 자신의 기타를 맡기며 돈을 투자해달라 요구했고, 조근우에게 받은 돈을 가지고 최춘희를 팔아넘겼던 업소를 찾았다. 업소 사장은 "룸에서 노래를 하라"라고 도리어 그에게 모욕적인 요구를 했고 장준현은 룸에서 노래를 불고 있는 최춘희를 찾았다.
그는 건달 손님들 앞에서 "나 이 여자 필요해. 이 여자 없으면 나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라고 다소 로맨틱(?)한 고백과 함께 최춘희를 데리고 도망쳤다. 그런 장준현에게 최춘희는 "내가 어떤 수모를 당한지 아느냐. 네가 인간이냐 이 사기꾼 새끼야"라고 원망을 드러냈고 장준현은 무릎을 꿇으며 "내가 이렇게 된 거 다 너 때문인 줄 알았다. 그래서 너 무지 원망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일단 사과하겠다. 계약금 가지고 튄 것도 미안하다. 네가 그런 무대에서 노래하는 줄 몰랐다. 좋은 무대에서 제대로 트레이닝 받는 줄 알았다. 결과는 장담 못한다. 그래도 널 제대로 된 가수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 부탁이다"라고 말하며 간절함을 드러냈다.
드라마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장준현과 최춘희의 모습을 그리는 동시에 놓지 않았던 것은 특유의 엉뚱함과 B급 정서였다. 구치소에서 나오며 경찰의 총으로 자살을 시도하려 한다거나, 그 때 극적으로 들린 트로트 한 소절이 자살을 막았다거나, 재기가 어려울 정도로 추락했다지만 한 때의 인기가수에게 룸에서 노래를 부르라고 하는 업소 사장 등의 모습은 극단적이라 엉뚱하다. 지난 방송에서는 빚을 져 땅 속에 파뭍히며 협박을 당하는 톱스타 장준현(지현우 분)의 모습이 그려지며 그 극단적인 엉뚱함이 웃음을 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B급이라 할 수 있는 엉뚱한 유머들도 드라마 곳곳에 배치돼 웃음을 짓게 한다. 최춘희가 노래를 불렀던 룸의 건달들과의 벌어진 싸움이 그 예다. 한밤중 장준현과 최춘희가 룸에서 건달들을 상대로 벌이는 난데없는 패싸움과 그런 그들에게 "유단자인가?"라며 엉뚱한 허세를 보이는 건달을 모습은 유쾌하지는 않아도 특이한 감성으로 흥미를 높였다.
아직 '트로트의 연인'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재밌다"는 의견도 있고 "유치하다"는 평가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독특한 정서로 무장한 이 드라마는 꼴찌의 자리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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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의 연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