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경·김고은·천우희...남자들을 몰아낸 여배우들의 ‘역습’
OSEN 조민희 기자
발행 2014.07.02 14: 47

[OSEN=조민희 인턴기자] 2014년 상반기 스크린에는 유독 젊은 여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아역 배우부터 신예 배우까지, 많은 여배우들이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스크린을 독식했던 남배우들을 밀어냈다.
장동건의 ‘우는 남자’와 차승원의 ‘하이힐’, 황정민의 ‘남자가 사랑할 때’까지 모두 스타 배우를 내세웠음에도 흥행에 실패했다. 기존의 남자들의 세계를 다룬 ‘아저씨’,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가 흥행한 것과는 비교가 됐다. ‘조폭’, ‘살인’, ‘폭력’을 주요 소재로 다루는 ‘남자영화’가 더 이상 관객들의 호응을 얻기에는 진부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스무 살 소녀가 된 할머니와 7살 지능을 가진 미친 여자,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 학생에 대한 스토리는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 ‘스무 살 소녀’와 ‘할매’를 넘나든 심은경

2014년 상반기 극장가 최고 스타는 단연 94년생 배우 심은경이었다. 영화 ‘수상한 그녀’는 863만481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상반기 한국영화 흥행 1위를 차지했고, 심은경은 ‘원톱 여배우’로서 인정을 받았다. 스무 살 오두리의 몸으로 돌아간 칠순 할매 오말순 역을 맡은 심은경은, 마치 칠순 할매에 빙의된 듯한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녀는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믹연기와 절절한 눈물연기를 모두 소화해내며 ‘20대 여배우 기근 현상’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지워냈다.
심은경은 영화 ‘써니’에서 유호정의 아역으로 출연해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지만, 이후 유학 생활로 잠시 스크린을 떠났었다.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출연하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은 심은경은, 곧이어 찍은 ‘수상한 그녀’에서 명연기를 펼치며 또래 배우들 중 독보적인 영역을 확보했다. 심은경은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연기를 선보였고, 배우들은 그녀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나이 이제 겨우 21살이다.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많은 심은경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 ‘괴물’이 된 ‘은교’ 김고은
2012년 영화 ‘은교’에서 과감한 노출연기로 화제를 모았던 김고은이 선택한 캐릭터는 ‘미친 여자’였다. 지난 3월 개봉한 ‘몬스터’에서 김고은은 동생을 살해한 살인마에게 직접 복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7살 지능을 가진 ‘복순’역으로 분했다. 줄거리와 연출에 대한 평가는 미미했지만, 그녀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달랐다. 반쯤 정신이 나간 표정과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며 조금은 모자란 ‘복순’을 연기한 김고은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고은은 도화지 같은 얼굴로 풋풋한 여고생과 미친 여자라는 완벽하게 다른 두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표현했다. ‘베드신’에 이어 ‘미친 여자’라는 위험한 도전을 선택한 그는 자신만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며 ‘연기파’ 배우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였다. 데뷔하고 이제 겨우 두 작품을 찍었지만, 김고은은 또래 배우들과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인기 있는 연예인’이 아닌 ‘연기파 배우’가 되기 위한 그의 과감한 도전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카멜레온’같은 김고은의 다음 변신이 궁금하다.
# ‘본드녀’에서 충무로의 ‘공주’가 된 천우희
“어 쟤 그 ‘써니’에 나왔던 ‘본드녀’ 아냐?”. 배우 ‘천우희’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영화 ‘한공주’는 그런 천우희가 자신의 재능을 맘껏 발휘하는 무대가 됐고, 천우희는 ‘한공주’를 통해 관객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한공주’에서 천우희는 끔찍한 사건을 겪은 여고생이 사건 이후 남은 사람들과 아픔을 견디고 버티며, 다시 살아가려고 일어서는 모습을 치밀하고 섬세하게 그려내 국내외 언론들의 극찬을 받았다. 또한 ‘한공주’는 2억의 저예산 영화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시나리오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천우희는 더 이상 ‘본드녀’라는 수식어 없이 주연배우로서 자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알렸다.
 
2004년 영화 ‘신부 수업’으로 데뷔한 그녀는 올해로 데뷔 11년차. 그럼에도 충무로에서 천우희는 아직 ‘신예 여배우’라고 불리고 있다. 이제 그는 그동안 쌓아온 연기경험을 토대로 조금씩 ‘신예’라는 꼬리표를 떼고 있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고 싶다는 천우희는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역할을 다 소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충무로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중고신인’ 천우희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10대 소녀들의 반란’, 김새론·김향기
아역배우에서 여배우로 성장 중인 10대 배우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영화 ‘아저씨’의 또 다른 히로인 김새론은 ‘도희야’를 통해 또 한 번 발군의 연기를 선보였다. 김새론은 ‘도희야’에서 계부의 학대와 교내 왕따에 시달리며 섬마을에서 오갈 곳 없는 여중생 도희를 극단적으로 표현해내며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2009년 데뷔작 ‘여행자’ 이후 ‘도희야’로 다시 한 번 ‘칸 국제영화제’에 방문한 그에 대한 해외 언론들의 관심 역시 대단했다. ‘칸 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앞으로도 크게 주목되는 배우”라고 말하며 “칸에서 다시 보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영화 ‘늑대소년’과 MBC 드라마 ‘여왕의 교실’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김향기 역시, 아역배우답지 않은 연기로 주목받았다. 김향기는 ‘우아한 거짓말’에서 밝고 명랑한 ‘천지’의 극한 감정과 심리를 완벽히 소화해내며 ‘아역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희애와 고아성 사이에서도 김향기의 연기는 단연코 돋보였고, 관객들은 그의 연기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2006년 ‘마음이’에서 작고 귀여웠던 소녀는 어느새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시는 ‘여배우’가 됐다. 20대의 김향기는 또 어떤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송강호, 최민식, 이정재부터 김수현, 이종석, 송중기 등 스크린에서 넘쳐나는 남배우들에 비해 두드러지는 여배우가 없어 더 반가운 ‘여풍’이었다. 반복적인 캐릭터와 시나리오에 지친 관객들에게 신선한 마스크와 뻔하지 않은 연기를 하며 등장한 그녀들은, 관객들의 흥미를 이끌기에 충분했다. 이 젊은 여배우들의 활약에 충무로가 들썩이고 있다. ‘스타’가 아닌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 당찬 여배우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samida89@osen.co.kr
OSEN 사진DB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