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은 친구들' 언론배급 시사회 후 이광수에 대한 호평이 심상치 않다. 세 남자의 우정을 뼈대로 한 느와르, 언론과 관계자들은 동반 출연한 지성, 주지훈과 더불어 빼놓지 않고 그를 언급하고 있다. '다른 광수가 보인다', '이광수의 재발견'이란 식이다.
데뷔 후 처음으로 타이틀 롤을 맡은 이광수의 기분은 어떨까. 10일 개봉을 앞두고 아직 관객들의 평가는 나오지 않았지만 일단 고무적이다. 숱한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인상 깊은 조연으로 활약했지만 '주인공'의 기회는 쉽사리 오지 않았다. 돌고 돌아 잡은 찬스, 그에게는 흥행이나 관객평을 떠나 분수령 같은 작품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7월, 바야흐로 '기린'의 계절이 밝았다. 매주 일요일 오후 '런닝맨'에서 만날 수 있는 개그맨 같은 배우, 길거리에서나 대중목욕탕에서 어린이들에 둘러싸이는 배우, 실제로 만나본 적도 없는데 왠지 내 친구 같고 이웃집 아들 같은 연예인, 바로 이광수의 현주소다.

연기도 연기지만 남다른 예능감과 친근한 캐릭터로 존재감을 드높인 이광수가 이달, 두 편의 작품으로 연달아 팬들을 만난다. 앞서 언급한 영화 '좋은 친구들'과 23일 첫 방송예정인 SBS 새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서다. 배우로서 두 편의 신작을 내놓는 지금, 바쁘긴 해도 얼마나 큰 보람일까.

서글서글한 웃음과 익살맞은 입담에 가려졌지만 사실은 섬뜩한(?) 행보다. 이광수는 알게 모르게 활동 반경을 넓히고 우리 곁을 잠식했다. 벌써 5년째 매주 일요일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 고정 출연하면서 한시도 안방극장을 떠난 적이 없다.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어도 우린 매주 이광수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런닝맨'이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그 파급력을 높여가면서 그는 아시아 팬미팅에서 수천 명을 동원하는 '아시아 프린스'로도 등극했다.
뿐인가. 드라마 '동이', '시티헌터', '총각네 야채가게',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불의 여신 정이'와 영화 '평양성', '원더풀 라디오', '간기남', '마이 리틀 히어로', '내 아내의 모든 것'에 이어 이번 '좋은 친구들'까지 최근 5년간 큰 공백 없이 여러 작품에서 깨알 같이 활약했다. 작품마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여운을 주며 회자됐다. 특별히 화려하거나 도드라지지 않는 듯했지만 묘하게 인상 깊은 배우, 이광수의 조용한 듯 꾸준한 행보에 중독된 팬들이 늘어났다.
이광수는 사실 2009년 방송된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처음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요즘이야 190cm에 육박하는 장신의 배우들이 많지만 당시의 이광수는 좀처럼 볼 수 없던 큰 키, 그리고 개성 넘치는 마스크가 돋보였다. 갑자기 나타난 신인 같은데 코믹 연기도 능청스러웠고 분량은 많지 않은데도 제몫을 다하는 모습이 호감을 사기 충분했다. 새로운 개성파 조연, 또 한명의 명품 감초가 탄생한 것인가 기대가 모아졌다.
그런데 5년이 흐른 지금, 그는 생각 이상 높이, 기대보다 더 멀리 뛰어올랐다. 그를 어찌 감초라고 할 수 있을까. 알고 보면 예능부터 작품 활동까지, 5년 사이 차곡차곡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팬들을 중독되게 만들었다. 영악한 건 아니지만 영리한 행보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친근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캐릭터로 부단히 변주하고 성실히 뛴 결과다.
한편 '좋은 친구들'에서 이광수는 친구밖에 모르는 남자 민수 역을 맡아 지성(현태 역), 주지훈(민철 역)과 뜨거운 우정을 그린다.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는 투렛증후군을 앓는 남자 역할로 또 다른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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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좋은친구들'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