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 개구리가 우는 고향집 툇마루에서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듣는 듯한 서늘하고 기묘한 우리의 옛날이야기가 무대에 올랐다.
극단 '목화'는 창단 30주년을 맞아 1탄 '자전거', 2탄 '템페스트'에 이어 3탄 '백마강 달밤에'를 공연한다. 연극 '백마강 달밤에'는 지난 1993년 초연됐던 작품으로 그 해 서울연극제 예술상, 비평가 그룹상, 중앙문화대상,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대산문학상 희곡상 등을 수상한 작품.
특히 이승과 저승, 현생과 전생을 넘나드는 판타지적인 구성에 비장함과 코믹함이 어우러진 이 연극은 느리게 휘감다 어느순간 빨라지는 리드미컬한 템포 위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감탄사를 이끌어낸다. 충남 선암리의 대동제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굿판이 소재인 이 연극은 박수무당 영덕의 칼춤이 절정이 이를 때 백제 의자왕과 신라 첩자 금화의 이야기로 연결되면서 관객에 몽롱하고 신비한 기분을 선사한다.

또 시골의 배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무대 위에 리얼리티함이 살아있는 등장인물들의 사투리,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붉은 천 아래 배우들의 재기발랄함과 성충과 계백, 의자왕의 그로테스크함의 조화, 무대와 관객석 구분 없이 공간을 활용해 관객이 굿판의 일부가 된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무대장치 등은 우리의 것을 강조한 '백마강 달밤에'가 다양한 라이선스 대작 공연들이 줄을 잇는 가운데 왜 꾸준히 관객의 사랑을 받게 하는지 알게 한다.
이번 공연은 서울예대 동문들이 주축을 이룬 현 목화 단원들 외에도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손병호, 성지루, 박희순 등이 참여한다. 오는 6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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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목화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