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 이광수가 달라졌다. 일요일 밤마다 '기린광수', '배신의 아이콘'으로 모두를 웃기던 배우 이광수가 2년 만에 돌아온 스크린에서 웃음기를 싹 거뒀다. 한없이 진지하고 한없이 처절하며 한없이 불쌍하다.
시사회를 통해 영화 '좋은 친구들'을 접했을 때 이와 같은 이광수의 모습에 깜짝 놀라기를 한 번, 그리고 인터뷰를 위해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을 때 놀라기를 또 한 번. 코믹한 모습으로 '런닝맨'을 종횡무진 활동하던 이광수는 없고, 진지하고 신중한 이광수가 앉아 있었다.
그렇다고 지루하고 말 없는 인터뷰가 이어지진 않았다. 자기 생각을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때로는 짓궂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다채로운 이광수의 매력'이었다. 이에 대해 넌지시 이야기를 하니 예능에서의 모습도, 그리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도 다 자신의 모습인 것 같단다. 하지만 예능을 처음 했을 당시엔, 극과 극을 오가는 성격에 모두가 가짜 같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고민하지 않는단다. 지금의 '이광수'가 너무나 좋단다.

"저한테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는 것 같아요. 예능에선 코믹하고 이렇게 인터뷰를 할 때면 진지해지죠. 저는 성격의 폭이 큰 것 같긴 해요. 사실 그렇게 지내면서 예전에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도 많이 했었어요. 여기 가면 이게 가짜 같고 저기 가면 저게 가짜 같고. 그런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이것도 나의 모습이고 저것도 나의 모습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고민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 같지도 않고요. 이렇게 지내서 후회해 본 적도 없거니와 저는 지금의 내가 좋아요(웃음)."
그래서일까. 이광수는 자신을 둘러싼 '예능 이미지'에 대해서도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배우로서 예능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찌 보면 가장 큰 치명타일 수 있다. 진지한 연기를 해도 보는 이들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배우로선 연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그는 자신이 이겨내야 할 부분일 뿐, 그것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이 계세요. 하지만 '런닝맨'은 제 몸의 일부분이에요. 가족과도 같죠. 가족 중에 마음에 안 든다고 바꾸거나 신체 중 일부분이 마음에 안 든다고 바꾸는, 그런 생각은 하지 않잖아요. 그런 것처럼 '런닝맨'은 제게 당연한 존재라 그냥 제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을 하지는 않죠."
그는 이번 '좋은 친구들'을 통해 그것을 어느 정도 이겨낸 듯하다.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던 때에서 한순간에 저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민수로 변신한 그는 보기만 해도 웃기던 '기린 광수'가 아닌, '배우 이광수'의 면모를 제대로 선보이고 있다. 또한 강한 예능 이미지 탓에 코믹한 캐릭터를 줄곧 맡아오던 그의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도전에는 늘 부담이 따르는 법. 그러나 이광수는 달랐다.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은 크지 않았어요. 다만 캐릭터가 다르다 보니 내가 이런 연기를 했을 때 어떻게 봐주실까 그런 생각은 많이 했어요. 하지만 그런 부담에 얽매이다 보면 그것 외에 생각해야 할 것들을 놓칠 것 같아서 촬영하는 동안엔 그런 생각보다 시나리오랑 캐릭터에 더 집중하려고 한 것 같아요."
벌써 데뷔한 지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부지런하게 그간의 길을 걸어와 만족한다는 그는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는 물음에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단다. 좀 더 좋은 배우가 됐을 때, 그때 앞으로의 목표를 생각해야 더 바람직한 목표가 떠오를 것 같단다.
"지금까지 제가 걸어온 길에 만족해요. 다른 것보다 게으르지 않게, 부지런하게 살아온 것 같아서 만족하죠. 일을 시작하기 전보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 더 부지런해진 것 같아요. 대견할 때는 없었느냐고요? 매 작품이 끝나면 저 스스로 대견하다 생각해요. '런닝맨'도 매회 촬영이 끝날 때 마다 감사하고 대견하죠(웃음). 저는 내가 뭘 꼭 이뤄야겠다는 욕심을 그리 많이 갖고 있지는 않아요. 현재에 만족하는 편이죠. 그래서 그런가. 어떤 배우가 돼야지, 그런 생각도 해본 적이 없어요. 한 작품 한 작품 하다 보면, 그렇게 조금 더 작품을 하다가 제가 편해지면 그때 생각을 해보려고요. 그래야 더 좋고 분명한 생각이 나올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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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