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관 답답했다. 아르헨티나가 우승후보의 면모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별들을 한 데 모아놨지만 빛 좋은 개살구였다.
아르헨티나는 2일 새벽 1시(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코린치안스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16강전서 120분 혈투 끝에 연장 후반 13분 앙헬 디 마리아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6 독일월드컵 이후 3회 연속 8강에 진출하는 기쁨을 누렸다.
8강엔 올랐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 않았다. 알레한드로 사베야 아르헨티나 감독은 이날 4-3-3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개개인의 기량은 뛰어났지만 손발이 전혀 맞지 않았다.

고군분투한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가 불쌍할 정도였다. 메시는 이날 스위스의 수비수들을 끌고다니며 동료들에게 수 차례 기회를 제공했다. 날 선 패스와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연신 배달했다.
하지만 이런 메시의 활약도 117분까진 무용지물이었다. 앞선의 곤살로 이과인(나폴리)과 에세키엘 라베치(파리 생제르맹) 등이 부진한 탓이다. 특히 최전방에 위치한 이과인의 부진이 뼈아팠다. 조별리그 3경기를 포함해 이날까지 4경기(교체 1) 연속 침묵했다. 내용도 안좋았다. 전방에서 고립되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결정적인 헤딩 기회도 두 차례나 허공으로 날려보냈다.
고질적인 수비 불안도 여전했다. 아르헨티나의 포백 라인은 이날 스위스에 위협적인 찬스를 여러 차례 내줬다. 상대의 창이 무뎠기에 망정이지 조금 더 날카로웠다면 분명 골을 허용했을 정도로 헐거운 뒷마당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꼽혔다. 리오넬 메시가 버틴데다가 남미에서 열린다는 어드밴티지도 안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우승후보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우승 이후 28년 만에 통산 3번째 정상을 노리고 있다. 조별리그 3경기서 4골을 터트린 메시의 존재감도 당시 우승을 이끌었던 디에고 마라도나에 못지않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아르헨티나의 꿈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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